지난 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모 회사의 광고 장면. DJ와 비트박스, 비보이의 춤과 함께 「캐논 변주곡」을 선보였던 가야금 연주단을
기억하는가? 퓨전문화로 많은 호응을 얻었던 이 광고는 현 예술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최근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 문화 현상을 우리는
흔히 ‘퓨전’, 혹은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그 중 가장 한국적인 미의 대표 격인 국악에도 이러한 크로스오버의 바람이 불고 있다. 힙합,
비보잉, 가요, 클래식, 재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연극과 뉴에이지와도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국악. 새로운 국악으로 떠오른 퓨전국악을
들여다보자.
퓨전국악의 도래와 성장
우선, 질문거리를 하나 던지자면, 퓨전국악은 국악계의 자구적 돌파구일까 아니면 크로스오버 문화의 한 산물일까. 예술인이 소리를 창작하고자
하는 욕구는 같다. 그렇다면 서로의 것을 차용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의 머리 속에도
자신이 들은 발라드, 재즈 등 서양음악이 있기에 퓨전을 통해 그것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퓨전, 앞으로가 중요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던지고 있는 퓨전국악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조심스러운 의문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과는
또 뭔가 다른,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진지한 고민을 해 좀 더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윤씨에 의하면 20세기가 민족음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세계음악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적 퓨전현상도 지구촌의 의식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퓨전국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경향이고 음악 발전에 있어서는 하나의 진행과정이다. 양악과 국악의 악수는 굳건하다. 개인 취향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이제는 그들과도 사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퓨전은 국악의 한 부분이 됐고, ‘부분(퓨전)’은 ‘전체(국악)’를 닮아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퓨전도 국악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