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2006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함께 해보자

연극, 무용, 음악, 영상극, 거리극 등을 총 망라해 공연예술의 허브를 지향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가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이번 축제는 영국의 여성극작가 사라 케인의 『정화된 자들』을 시작으로, 15개국의 26개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한다. 지난 7일(토)부터 오는 29일(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마로니에공원, 서강대 메리홀, 드라마센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등지에서 알찬 공연들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 2006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들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유재동 기자 woodvil@yonsei.ac.kr


△『닻을 내리다_피터를 위한』(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 드라마가 있는 따뜻한 작품으로 유명한 안무가 김윤정과 최근 CF로 얼굴이 알려진 한국 최고의 팝핀(popin)댄서 남현준이 전해주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피터팬을 다시금 되살려 꿈의 나라 네버랜드로 떠나보자.


△『억척어멈과 자식들』(17~18일, 서강대 메리홀) : 억척어멈이 자식을 차례로 잃어가며 도덕적으로 타락하는 모습이 풍자적으로 그려진다. 연극의 표면적 배경은 전쟁이지만, 본질은 그 속에 살아가는 남루한 인생들의 억척스러운 삶의 연대기다. 이 연극에서 특이한 점은 억척어멈과 딸 카트린을 제외한 모든 배우가 1인 다역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연출가 김광보씨는 “인물을 소속된 집단 속에 철저히 녹여내 배우의 몸짓과 연기의 진실성이 합치되도록 노력했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쇼팽과 조르쥬 상드』(18~19일, 아르코예술극장) : 쇼팽이 작곡한 아름다운 선율을 배경으로 쇼팽과 조르쥬 상드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편지가 낭독된다. 작품에서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상과 음악계, 문단의 모습이 교차된다. 혁명과 페미니즘, 도시와 전원, 질병과 고통 등 오늘날의 현대인에게도 절실한 문제들이 펼쳐지는 만큼 우리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개와 늑대사이』(21~23일, 아르코예술극장) : 번역의 힘을 믿는가? 서로 다른 언어로 옮겨진 번역을 대할 때 우리는 많은 오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연극을 공연하는 포르말리니이 극단은 “불필요한 오해들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연극적 언어를 만들었다”며 황홀한 시적 이미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


△『가을 그리고 또 봄』(25~26일, 아르코예술극장) :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바라보는 사랑, 기쁨, 슬픔, 좌절, 그리고 죽음으로의 회귀. 바람의 노래, 구속, 봄·시냇물의 3가지 다른 테마의 음악과 함께 한다. 서양음악을 대표하는 베토벤, 비발디와 국악 선율을 연주하는 장석문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선(禪)』(25~27일, 드라마센터) : 불교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선(禪)’을 주제로 한 연극. 궁극의 무언가를 깨닫고자 노력하는 선승의 고뇌를 그려내고 있다. 선승들의 대화와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가운데서 인간의 삶에 대한 불교적 성찰과 깨달음의 열망을 풀어낸다.


이번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철리씨는 “세계 공연예술계는 ‘형식과 시각적 표현’중심으로의 지나친 치우침을 되돌아보고 ‘몸과 텍스트’의 중요성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움직여 가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는 ‘몸’, ‘맘’, ‘꿈’, ‘숨’, ‘땡 등 예술행위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들을 중요하게 다루고자 노력했다”며 겉으로만 보이는 것보다는 작품 그 자체에서 예술과 소통하려고 노력했음을 피력했다.


깊어가는 가을, 국내외 화제작들을 초청해 수준 높은 공연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 주고 있는 ‘2006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 한복판에서 풍성한 공연 콘텐츠를 즐기면서 세계 공연예술의 흐름과 동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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