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역시 앵커다. 방송국을 찾아갔을 때, 실제 모습보다 TV 화면 속의 그녀를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 진행을 마치자마자 대기실에서 만난 그녀는 화면에서 보던 똑부러진 모습 그대로 였다. YTN에서 뉴스를 진행하고 있고, 한글 사랑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 이광연 앵커와의 인터뷰는 그런 느낌으로 시작됐다.

   

                                      당당한 앵커, 이광연

  그녀가 어떤 이유로 앵커 생활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호기심 많고 활발한 성격이었어요. 세상의 많은 소식들을 발 빠르게 접하고 전달할 수 있는 앵커라는 직업에 큰 매력을 느꼈었죠” 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YTN에 입사해 꿈을 이룬 그녀는 현재 ‘뉴스퍼레이드’ ‘YTN 24' 등 여러 뉴스 프로그램에서서 활약하고 있다.
 

  앵커로서의 그녀의 삶을 ‘시작됐다’라기보다는 ‘태어났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7월 27일, 우연히도 처음 뉴스진행을 하던 날이 바로 그녀의 생일이었다. 방송 아카데미 같은 별도의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사한 뒤에 곧바로 진행을 맡게 됐다. 이 앵커는 “정말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는 것 같은 느낌에 부담스럽기도 했고요”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유난히 웃음도 울음도 잘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실수를 하면 ‘전과’기록으로 남는다는 앵커생활에 어려움도 많았다. “뉴스를 진행하다보면 기쁜 일도, 안타까운 일도 많이 접해요. 앵커는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데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이제 어느덧 6년차 앵커다. 베테랑이라는 수식을 붙일 만큼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이광연 앵커에게선 당당한 프로의 향기가 묻어난다.

한글과 함께해 더 아름다운 그녀

 이광연 앵커를 이야기 하는데 그녀의 한글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3년부터 올바른 우리말의 사용을 목표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의 운영위원을 맡아왔으며, 국회에서 운영하는 ‘한글문화를 위한 세계화 모임’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해왔다. 그런 공로가 인정돼 지난 7월 10일에는 한글학회로부터 ‘우리말글 지킴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한글문화연대는 서울 시내버스에 붙어있어 논란이 됐던 영문도안 'RYGB'를 한글로 대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자로 ‘國會’라는 글자가 적힌 국회의원 배지 대신 ‘국회’라고 적힌 한글 배지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게 전달해 일부 의원들이 사용하게 한 단체도 바로 한글문화연대다. 이광연 앵커는 이곳에서 각종 한글 행사를 진행하고 홈페이지(http://www.urimal.org)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접하는 뉴스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말 한마디를 사용하는데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도 외래어보다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TV나 인터넷에 쓰이는 말부터 친구들과 소소한 대화를 하는데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일상에 침투해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외래어나 외계어들을 보고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는 이 앵커. “영어 스펠링은 조금만 틀려도 크게 잘못한 것처럼 느끼는데 반해, 우리말의 경우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오로지 한글만을 쓰자는 것이 아니라, 우선 쓰이고 있는 우리말부터라도 제대로 쓰였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녀와 인터뷰하는 중에 그 흔한 외래어 한번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문자를 보낼 때나 홈페이지에 글을 쓸 때는 장난스럽게 쓰고 싶은데, 자제하게 될 때가 많아요.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게 보진 않겠죠?”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이광연 앵커. 그 모습은 확실히 딱딱함과는 거리가 멀다.

  앵커로서의 삶도, 아름다운 우리말도 모두 사랑하는 그녀를 보니, 이 사람 정말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도 그녀는 사랑하는  자신의 업무에 빠져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속보 등으로 뉴스 속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핵실험이 발생한 날이 하필 한글날이라 준비한 특집 방송들이 취소돼 아쉽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인기많은 앵커보다는 신뢰받는 앵커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그녀. “거창한 포부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충실하게 해나가고 싶다”는 그녀에게서 당찬 미래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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