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싸이 하니?”

 이는 최근 한국의 20대에게 식상함을 넘어 부자연스럽기까지 한 질문이다. 지난 99년 1인 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인기를 얻어 2006년 현재 1천9백만명의 실명회원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싸이월드가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데 원인이 있다. 이는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7월에 제시한 개념인 ‘퍼블리즌(Publizen)’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자신의 사생활을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노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퍼블리즌이라는 용어는 미니홈피를 통해 잘 드러나는 한국사회 속 젊은 세대의 특징이다. 우리대학교 윤영철 교수(사회대·매스컴사회학)는 “이용자 스스로 만들어낸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기능과, 남이 표현한 것을 파도타기나 일촌 맺기를 통해 손쉽게 들여다보는 기능이 혼합된 미니홈피의 특징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어 지금에 이르게 됐다”며 싸이월드의 성공 요인을 말했다.

   
▲ 싸이월드 미니홈피 정보 공개의 경계는?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그러나 미니홈피 문화가 정착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조은엽씨(정외·04)는 “방명록이나 사진 등을 통해 내 스케줄이나 자주 가는 장소 등이 노출돼서 불쾌했던 적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박아무개씨(법학·02)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무심코 다른 친구의 방명록에 남겼는데 그 내용을 보면 안 될 사람이 우연히 보게 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부터 사생활 침해에 따른 피해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성폭력 상담센터의 김도성 신고상담팀장은 “1인 미디어가 네티즌들의 사생활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최근들어 미니홈피를 통한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 피해 상담접수가 늘어가는 실정을 볼 때 어떠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현재의 미니홈피 문화에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싸이월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름대로의 방안을 모색해왔다. 싸이월드 홍보팀의 류희조씨는 “현재 싸이월드는 노출 정도를 3단계로 나눠 수위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는 ‘사생활 보호 마법사’기능과, 일촌 공개로 설정한 사진이 스크랩돼도 일촌공개로 유지되도록 하는 ‘일촌 스크랩’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며 어느 정도는 사생활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상의 노력이 서비스 초기부터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생활 침해 문제는 아직도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교수는 “다분히 공개적인 영역이 있는 미니홈피라는 새로운 가상공간이 주어졌는데, 이용자들이 정작 사적인 공간과 명확한 구별을 짓지 못하면서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생겼다고 본다”며 사생활 침해 피해가 늘어가는 데에는 이용자 차원의 문제도 어느 정도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미니홈피 자체가 개방과 참여, 소통을 기반으로 발전한 미디어인 만큼 이러한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니홈피가 갖고 있는 여러 관점들을 끊임없이 기능적으로 보완해 나가면서, 이용자 스스로 사생활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미디어 공간을 제시했지만 그에 따른 수많은 사생활 침해를 양산한 양날의 검, 미니홈피. 결국 이용자 스스로가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에야 비로소 ‘사이좋은 세상’을 여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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