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가  무서워요’
오늘도 캠퍼스는 학내 곳곳을 누비는 학생들과 음식 배달원들의 오토바이로 가득하다. “학교가 너무 넓어 일일이 걸어 다니기 불편해 오토바이를 탄다”는 오원태씨(컴퓨터·05)의 말처럼 오토바이는 넓은 캠퍼스를 지닌 우리대학교의 특성상 편리성과 신속성의 측면에서 편리함을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학내 오토바이 주행은 △빈번한 접촉사고 △보행권 침해 △과도한 소음 및 매연 등의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 편리한 오토바이, 과연 타인에게도 편리할까? /송은석 기자 insomniaboy@

학내에서 오토바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관리부 손성문 직원은 “지난 2003년에 한 학생이 학내에서 안전장비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망하는 등 지금까지 빈번하게 오토바이 사고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며 “하루 한건 꼴로 사고가 일어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26일 아침 10시 새천년관 앞에서 한 외국인 강사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아무개 학생의 오토바이에 치여 어깨가 탈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상대본관으로 가는 언덕에서는 자전거를 타던 인도네시아 교환학생이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접촉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내 구성원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오토바이 사고에 대해, 김지현씨(영문·03)는 “수업을 들으러 가다가 빠르게 옆을 지나치는 오토바이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교통정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용희 경비원 역시 “빠른 속도로 백양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볼 때면 사고가 날까봐 매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접촉사고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로 인한 학내 구성원의 보행권 침해 역시 심각하다. 특히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이 몰리는 수업 시작 전에는 곳곳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오토바이와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가려는 오토바이로 인해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김정현씨(인문계열·06)는 “오토바이가 곳곳에서 길을 막고 있어 피해서 다니려면 정말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한편, 오토바이에서 배출되는 소음과 매연 역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소음의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신경숙 교수(문과대·영어영문학)는 “수업을 하는 중, 오토바이 소음 때문에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에 방해를 느낀 적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내 도로는 대학교의 사유재산으로 간주돼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아 오토바이의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학교 측에서도 내부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부터 우리대학교에서는 학생과 배달원을 대상으로 △보호장구 착용 △규정속도 준수(20Km/h) △과적(수용인원 초과)금지 △기타 소음방지기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는 ‘오토바이 삼진 아웃제(아래 삼진 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다. 위 규정위반을 반복할 경우 학생의 경우 담당교수의 지도를 받고, 배달원의 경우 해당 업체의 출입을 금지 당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규정속도를 지키거나 보호장구를 착용한 오토바이 이용자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우리대학교 근처에서 3년간 음식 배달을 했다는 박아무개씨는 “최대한 빨리 음식이 배달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규정 속도를 지키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한 “학기 초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있지만 삼진 아웃제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박무홍씨(공학계열·06)의 말처럼 삼진 아웃제 자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손 직원은 “현재 학생들에게 삼진아웃제 시행에 관한 자료를 배포하고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실제 단속을 할 때 인력이 부족한데다 제지를 하더라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릴 때가 많아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삼진 아웃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나 학내를 이동할 때마다 일일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는 방민석씨(건축공학·05)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삼진 아웃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단기간의 집중 단속이 오토바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학교 측은 삼진 아웃제의 규정을 어긴 오토바이를 지속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단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오토바이 이용자 역시 자신의 편의뿐만 아니라, 학내 다른 구성원을 배려하는 태도로 삼진 아웃제의 시행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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