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로 5백 60돌을 맞이하는 ‘한글날’. 이번 한글날은 그 여느 한글날과도 의미가 남다르다. 바로 올해가 한글날이 국경일로 재지정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한글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글날에 ‘우리말 관련 박물관’을 한번 찾아가보면 어떨까?
이에 대해, 한글날이 국경일이긴 하지만, 공휴일은 아니라서 박물관을 찾아가 볼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을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개장, 무료입장인데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언제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글 박물관을 소개한다. 바로 디지털 한글 박물관(http://www.hangeulmuseum.org)이다.

디지털 한글 박물관은 우리대학교 홍윤표 교수(문과대·국어학)가 지난 2001년 문화관광부에 사이버 한글 박물관 아이디어를 낸 것을 기초로 해 설립됐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현재 한글 관련 문화재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도 않다”며, “디지털 시대에 한글 문화재는 텍스트 정보뿐 아니라, 이미지 정보로도 접근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이버 한글 박물관 건립은 한글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모아서 한글에 대한 더욱 과학적인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박물관 설립의 아이디어를 내게 된 취지를 전했다.

디지털 한글 박물관은 역사관, 조형예술관, 학술정보관, 한글 생활관 등 총 6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의 전시관은 그 주제에 따른 전문가의 글과 이미지자료 등으로 구성돼있다. 먼저 역사관에서는 한글의 창제와 발전, 세계 문자의 역사 등이 소개돼 있으며, 조형예술관에서는 한글 서체와 글꼴 등이 전시돼 있다. 이어 학술정보관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 용비어천가 등 평소 우리가 접하기 힘들었던 한글 고문서들과 국보·보물급 자료들이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선보이며, 관련 자료들의 전문가 해제도 수록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교육문예관에서는 옛날부터 현재까지의 국어교과서와 한글 발전 운동사를 설명하고 있으며, 미래관에서는 한글의 기계화, 정보화, 세계화의 과정과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특히 한글 생활관에서는 한글과 관련된 의식주 생활과 사회문화 현상을 전시함으로써 이곳을 방문한 사이버 관광객들이 우리 생활과 한글과의 밀접한 관련성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한편, 디지털 한글 박물관은 이번 한글날을 맞이해서 한글 국보·보물 특별 기획전을 오는 9일부터 한 달간 개최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많은 귀중한 한글 관련 사료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디지털 한글 박물관에는 아직 구현되지 않은 전시관들과 자료들이 있다는 점과, 실제 오프라인 한글 전용 박물관의 건립이라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 한글 박물관 박영순 관장은 “오는 2007년 2월에 최종 개관을 목표로 현재 시범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한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궁극적인 목표인 실물 박물관 건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디지털 한글 박물관이 정식 개관을 하지는 않았으나, 한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도움 말씀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기에 소중함을 느끼기 어려운 한글.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존재함을 알듯이, 디지털 한글 박물관이 한글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느끼게 해주는 나뭇잎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김정하 기자 boychun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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