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서 부는 한류열풍 때문일까? 아시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을 뿐 정작 우리가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열기를 직접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눈을 돌리면 이미 그러한 현상이 우리 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치미사씨(인문계열·06)는 일본에서 우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 온 유학생이다. 오치씨가 한국으로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놀랍게도 바로 위에서 말한 ‘한류’때문이었다. 지난 2002년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프렌드』를 보게 된 그녀는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배우 원빈의 팬이 됐다. 그 후 그녀는 단순히 배우의 차원을 넘어 한국이란 나라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 관심은 자연스레 우리말인 한글로 옮겨갔다. 오치씨는 “처음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가 한국말인지도 몰랐다”며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여기까지 이끌려왔다는 것이 나 자신도 놀랍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어 공부를 하러 온 오치씨의 생활은 어떨까? 외국인 학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한국어학원이나 어학당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할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그녀의 삶은 평범한 1학년 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한국어능력시험도 준비해야 해서 따로 학원을 다녔으면 하지만, 학교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인으로서 전부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수업내용을 모두 이해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한국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웃어보였다. 친구들과 조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레 한국어 회화를 할 수 있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맞춤법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어려움을 기회로 삼는 그녀의 노하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한글을 공부한 오치씨에게도 난관은 있다. 바로, 발음문제. 특히 한글의 ‘ㄹ’발음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발음은 수십 년을 한국에서만 살아온 사람에게도 어려운 것이니 이제 막 시작한 외국인에게야 그 어려움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발음문제를 제외한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실로 감탄할 만하다. 인터뷰 도중 지나가던 일본인 친구와 자연스레 일본어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아, 일본사람이었지!’라고 느낄 수 있었을 정도였다면 그 실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방인으로서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환한 웃음을 띠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술을 참 잘 마신다는 것과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녀는 “1학기 시험 때 친구들이 공부를 안했다고 해서 안심했었는데, 결과를 보니 다들 점수가 좋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 학기엔 속지 않겠다며 짐짓 비장한 표정까지 지어보이는 모습에서 순진한 소녀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별 탈 없이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녀에게도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 하던 그녀에게 부모님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단지 한때의 호기심일거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은 한국어 공부에 대한 허락을 쉽게 해주지 않았다. 그 덕에 고2때까지 혼자 한국어책을 사서 공부를 해야 했다고.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만큼 앞으로의 포부도 크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서 동시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그녀는 통역 업무를 내용으로 하는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능력을 남과 나눌 줄 아는 그녀의 모습에 지켜보는 이의 마음이 절로 흐뭇해졌다.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는 기자의 말에 오히려 한국말 연습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그녀. 우리말이 선사해준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