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실력으로 취업난 극복하기부터 외국인들의 한글공부 열기까지

 

▲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저는 한국어에 푹 젖어 있습니다. 이제 영어를 잊게 되도 좋아요.”
우리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6학기째 공부 중인 루베이다씨는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에서 영어강사를 했던 루베이다씨는 한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며 처음 우리말을 접했다.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유독 한국인에게 정이 갔다는 루베이다씨는 자연스럽게 한국어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 3년 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글이 참 과학적이라서 다른 언어를 배울 때에 비해 읽는 법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며 한글을 우수성을 말하는 루베이다씨. 
우리말의 매력에 대해 그녀는 “한국어는 의성어, 의태어가 잘 발달이 돼있어서 영어보다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며 “이제 영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말은 한국어로 대신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속담과 사자성어들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비록 여전히 문법과 존댓말 등이 어렵지만 “아하! 이런 말도 있구나”하면서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루베이다씨는 “4학기가 끝난 후 강사로부터 이제 의사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니 그만 배워도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이 곳에 계속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실력으로 취업문 연다 

루베이다씨처럼 우리대학교 한국어학당에는 매 학기 1천명에 이르는 외국인들이 한글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2일(월) 노천극장에서 우리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이 주최하는 전국외국인 한글백일장도 열린다.
그렇다면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한글이 인기를 끄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국어학당의 매니저 임방울씨는 “아시아 전역에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시아 학생들에게는 국내외 취업에 유리하기도 하고 해외교포는 모국어를 배우겠다는 마음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한글 공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시행하는 ‘한국어 능력시험’이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해 대학생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많이 배운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24일 치러진 ‘제10회 한국어 능력시험’에는 전년보다 27.7%가 증가한 총 3만3천9백73명이 응시했다. 이 한국어능력시험은 외국인 및 재외 동포들에게 한국어 학습방향을 제시하고 한국어의 어휘와 문법·듣기·읽기·쓰기 영역을 측정, 평가하여 한국어 사용능력을 인증해주는 시험이다. 최근 동남아 국가의 한류가 지속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한국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점점 응시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KBS가 시행하는 한국어 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다. ‘KBS 한국어 능력시험’을 치룬 경험이 있는 박선우씨(신방·00)는 “처음에는 언론사 등 특정분야에서만 선택적으로 보는 시험이었지만 이제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에서 인사자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준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주택공사는 토익, 토플 그리고 국어능력시험 성적 중 하나만 제출하면 되도록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전형 기준을 개선했고 두산 그룹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은 토익, 토플 기준을 대폭 낮추는 개선안을 내 놓았다. 점차 토익·토플 고득점자가 많아져서 변별력이 떨어지자 한국어 능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하세요~ 안녕하세요?

한편 우리대학교 교육대학원에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라는 독특한 전공이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은 말 그대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가르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한국어 전문 교사는 한국어를 민족 간에 의사소통 수단으로 보급하고 이를 통해 문화 간 이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앞장설 전망이다. 그리고 아직 개설된 지 오래되지 않아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한국어 교육과정을 체계화 시키고 지식과 교수법을 표준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공수업인 ‘한국어의 이해’를 수강 중인 임미현씨(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석사1학기)는 “영국에서 고등학교 문화교류시간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이 이 전공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매년 뽑는 정원 수가 15명 정도로 결코 많지 않지만, 임씨처럼 확실한 목적의식과 열정을 갖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한국어교육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현재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을 담당하는 서상규 교수(문과대·국어학)는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는 2대 사업 중 하나가 한국어교육”이라며 “올해 초부터 한국어 교원 자격증도 발급됐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외에서 한국어 전문 교사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안으로부터 세계로 뻗어나갈 한글사랑

지구에는 5천~6천 가지의 말이 있지만 그 말을 표현할 수 있는 글자가 있는 말은 1백 개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다. 임용기 교수(문과대·국어학)는 “어떤 글자를 만든 사람과 시기, 그리고 그 동기가 분명하고, 나아가 제 말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그것에 맞는 글자를 만든 경우는 훈민정음을 제외하고는 없다”며 우리말의 과학성과 우수성에 대한 자긍심을 표했다.
요즘 방송에서도 ‘우리말 겨루기’와 ‘상상플러스’ 같은 우리말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등 우리나라 내에서도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처럼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와 노고로 편하게 문자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가 할 일은 이제 소중한 우리말을 바르고 아름답게 사용하는 것이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한글을 대접하는 만큼 세계에서도 한글을 대접하리라.

 /장지현 기자 zzangjj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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