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김아무개씨는 하루에 한번 이상 연세대정보공유(아래 연정공)에 접속한다. 연고전 기간에는 표를 구하는 글부터 경기내용 속보까지 하루 평균 백여 개의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강의실 안에서는 알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회적인 이슈부터 ‘연하남에게 고백하는법’ 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특히 ‘공대와 상대우월논쟁’, ‘연세대 VS 고려대’ 등과 같이 자극적인 글에는 수십 개의 리플이 달리기도 한다. 
이런 커뮤니티는 대학마다 특성화 돼 있다. 특히 서울대의 ‘스누라이프’,성균관대의 ‘성대사랑’, 이화여대의 ‘이화이언’ 등이 잘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다. 이들은 프리챌 내에 개설된 연정공과는 달리 독립된 사이트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재학생 중심의 자치적 운영

이들 사이트는 기졸업한 연정공의 운영자와는 달리 현 재학생중심의 운영구조가 갖춰져 있다. 스누라이프는 99년 당시 대학원생이던 운영자에서 지금의 학부생 운영자까지 여러 차례 이월됐고, 이화이언도 학생중심의 이월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대학커뮤니티는 자치적인 탄생만큼 자금운영도 스스로 하고 있다. 스누라이프는 총 10명의 운영진이 담당하며 학교 측의 별다른 지원 없이 그들 스스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자 김두수씨는 “맛집이나 학내 입주한 기관의 광고를 통해 얻는 수입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부족하다”며 운영상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화이언도 “이화이언 교복파티” 행사 수입과 배너광고를 통한 수익이 있지만 고정적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대사랑은 동문들의 후원과 광고로 유지하고 있지만 역시 안정적인 운영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만의 힘으로 큰 사이트를 꾸려나간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그 때문에 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이화이언의 운영진 말처럼 그들 스스로의 학교에 대한 봉사정신과 애정으로 커뮤니티를 꾸려가고 있다.

익명성의 공간운영, 그들만의 노하우

“이화이언의 ‘비밀의화원’은 하루 평균 3천여 개의 글이 올라오는 곳으로 많은 이용자를 끌어오는 곳입니다” 이처럼 커뮤니티를 가장 활발하게 만드는 것은 단연 익명 게시판이다. ‘현피녀’ 사건이라든지 서열논쟁 등 논란이 될 만한 글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익명성을 타고 다른 커뮤니티에 옮겨지고 더욱 많은 누리꾼에게 노출된다. 이 때문에 익명게시판을 유지하면서도 글의 적정수위를 지키는 것은 커뮤니티 운영진들의 큰 문제 중 하나다.
이화이언은 지난 8월에 있었던 ‘현피녀사건’ 을 계기로 ‘비밀의 화원’을 아이디인증제로 바꿨다. 운영자는 “기존의 ‘비밀의 화원’은 이화인인증만 받으면 입장이 가능했지만 제도를 바꾼 후 훌리건 신고도 적게 들어오고 악성리플이나 글도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성대사랑은 성대인 인증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 성대인증글을 볼 수 있다. 수위를 넘는 글을 관리자가 삭제했을 경우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게시판도 따로 개설돼있다. 스누라이프는 인신공격성 글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글은 관리자가 임의로 삭제하고 글쓴이에게 경고를 줘 누적될시 접근제한을 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것은 명시된 원칙대로 게시판 관리가 지켜지지 않아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많은 연정공과는 대조된다.

커뮤니티 중심 공론장의 향방

진보라씨(도시 · 02)는 “연정공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이 단순한 소통이나 무게 없는 논쟁들뿐이며 도움 될 만한 정보는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며 “한때는 연정공에서 활발히 활동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성수씨(신방 · 05)는 “여러 개의 댓글중 한 두 개의 댓글만 도움이 된다” 며 많은 글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종종 제기된다. 이화이언은 지나치게 익명게시판 위주로 커뮤니티가 운영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연재글 등 컨텐츠를 활발히 만들고 있다. 직업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독자들한테 먼저 궁금한 점을 듣고 실제 인터뷰를 통해 기사를 작성한다. 성대사랑은 동문출신 변호사가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코너, 캠퍼스몬과 제휴해 공모전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으며, 스누라이프는 ‘레스까페’라는 코너를 통해 맛집컬럼과 학생들이 직접 추천하는 맛집 등 체계화된 맛집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커뮤니티는?

인터넷의 발달로 신문이나 대자보가 공론장 형성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대학커뮤니티가 신(新) 공론장으로서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대학교의 커뮤니티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연정공에서는 얼마 전 있던 ‘조선일보사건’ 을 계기로 익명게시판 폐쇄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며, 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개수도 예전에 비해 줄만큼 우리대학교의 공론장은 위기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독립적인 사이트가 아닌 대규모 포털 내에 개설된 되면서 정보검색 및 게시판 활용도의 제약이 있는 점, 운영진의 조직이 체계적인이지 못한 점은 공론장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타 대학 커뮤니티가 자치적인 학생중심으로 출발해 지속적으로 발전을 도모하며 여론의 구심점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연세인만의 독자적인 커뮤니티가 절실한 때다.

/글 김도일 기자 doils@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