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도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버려지고 학대받은 유기견들의 모습 /사진 유재동기자

‘내 이름은 경원이야. 경원대 앞에 살아서 경원이라고 부른단다. 내게도 가족이 있었지만 산책을 하는 도중 길을 잃어버렸어. 그 때부터 나의 거리생활은 시작됐지. 굶주리며 떠돌아다니다 다리를 다쳤었어. 절뚝절뚝 걷는 내 모습을 불쌍하게 봤는지 대학생들이 사비를 털어 골절수술을 해주더라. 다리는 완치돼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집이었어. 나는 다행히 유기견 보호소에 수용된 다른 떠돌이 개들과 달리 동물자유연대(아래 동물연대) 사무실에 보호받고 있단다.’


유기견 경원이가 살고 있는 동물연대 사무실에는 10마리 정도의 버려진 개들이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식구들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를 피해 길거리에서 떠돌았던 개들이다. 대다수가 길거리에 방치되면서 안전과 위생관리가 되지 않은 탓에 병을 얻었다. 눈병을 앓았던 개, 피부병을 앓았던 개, 골절수술을 받은 개 등 아픈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이들 중에는 평소에 얌전하더라도 낯선 사람들을 보면 심하게 짖는 개들도 있다.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목청이 나가도록 짖는 개들의 모습에 동물연대 강연정 간사는 “저들은 학대를 받은 기억 때문에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 30분동안 동물연대 사무실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방 한칸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유기견들을 보며 강 간사는 “우리 사무실의 수용상황도 포화상태이지만 다른 보호소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라며 이야기했다. 그는 “지방에 있는 사설보호소의 경우 좁은 우리에 여러 마리를 몰아넣어서 기르고, 식용견으로 팔아넘기고 있는 곳도 있다”며 우리나라 유기견보호의 열악한 현실을 비판했다.
대부분의 유기견들은 민원의 제보를 통해 위탁계약지자체 보호소에서 수용되며, 한달 안에 식구들이 찾아오지 않거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한다.

실제로 서울시와 위탁계약을 맺은 한국동물구조협회에 수용된 후 외부로 나가는 유기견들의 비율은 약 5~7%에 불과하다. 그 외의 유기견에 대해서는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살아있는 생명을 인간의 편의대로 죽여서는 안된다”며 한엄지씨(인문계열·06)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강 간사는 “절대적으로 안락사를 시켜서는 안되지만 현재의 여건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며 현실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러한 유기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를 키우다 버리는 사람들의 책임의식 부재에 있다. “사람들이 강아지를 자신의 장난감으로 여기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장도중씨(상경계열·06)의 말처럼, 우리사회는 동물을 하나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생명경시현상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 흔히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인간과 삶을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아닌 자신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애완동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왜곡된 동물인식은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강연정 간사는 “TV에서 반려동물과의 생활 중에 편하고 좋은 장면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흥미위주의 방송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이 동물을 기르는 것을 쉽게 여기고 금방 싫증을 낸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방법과 이들을 관리·접종하는 방법 등을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홍보해야 한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의식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유기견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동물등록제’, ‘동물학대처벌제’ 등을 포함한 동물보호법이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세부적인 사안들은 선진국의 동물복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물도 하나의 생명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제도를 정비해 사람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건국대 수의학과 김진석 교수의 말처럼, 동물의 권리에 대한 성찰과 제도적 준비를 통해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글 조근주 기자 positive-thinking@yonsei.ac.kr
/사진 유재동 기자 woodvi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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