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의 문화와 학풍을 살펴보다
연고제 하면 흔히 양교간의 스포츠 대결과 열띤 응원전만을 생각하기 쉽다. 흔한 의미에서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하고 심층적으로 연고대의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예전의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에 지난 1963년에 당시 고려대(아래 고대) 유진오 총장이 『연세춘추』에 기고한 글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하여간 나는 양교 축구팀의 경기를 볼 때 마다 양교의 차이를 느낀다. 연세대(아래 연대) 선수들은 패스에 빠르고 적의 허를 찌르는데 기민함에 반하여…. 양교의 연혁이나 학풍의 차이가 어떤 과정을 밟아서 이러한 데까지 미치는 것인지 신비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요즘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양교의 정문만 들어서도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는 고대
졸업생 이문성씨(국문·92). 반면에 “세련됨과 강인함으로 나눠지는 양교의 이미지는 서로를 견제하며 의식하는 동안 쌓아온 허상일 뿐이다”는
우리대학교 최시현씨(철학·04). 이러한 의견에 동기부여를 받아 양교의 차이와 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일단 지난 21일에 열린 ‘제 29회
연고연합방송제(아래 방송제)’에 참석했다.
방송제는 YBS에서 제작한 고대 비방 영상물인 ‘Spot’과 KUBS에서 제작한 연대 비방 영상물인 ‘대연(對延)’을 정점으로
구성돼 있었다. ‘Spot’의 내용에서, 고대생은 어눌하고 못생긴 학생으로 묘사되고 있다. ‘손이가요~ 손이갗라는 새우깡의 CM송과 함께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는 고대생을 한대씩 때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폭소를 떠뜨렸다. 방송제를 보던
유태원씨(사회과학계열·06)는 “은연중에 박힌 고대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인 것 같다”면서 “저런 영상을 보면 왠지 모르게 통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제는 학생들에게 볼 만한 영상들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양교의 구체적인 차이와 개성을 밝히는 자리는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