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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대, 세기를 넘긴 애증의 동반자연고대의 문화와 학풍을 살펴보다
  • 이상정 기자
  • 승인 2006.09.25 00: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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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제 하면 흔히 양교간의 스포츠 대결과 열띤 응원전만을 생각하기 쉽다. 흔한 의미에서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하고 심층적으로 연고대의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예전의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에 지난 1963년에 당시 고려대(아래 고대) 유진오 총장이 『연세춘추』에 기고한 글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하여간 나는 양교 축구팀의 경기를 볼 때 마다 양교의 차이를 느낀다. 연세대(아래 연대) 선수들은 패스에 빠르고 적의 허를 찌르는데 기민함에 반하여…. 양교의 연혁이나 학풍의 차이가 어떤 과정을 밟아서 이러한 데까지 미치는 것인지 신비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요즘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양교의 정문만 들어서도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는 고대 졸업생 이문성씨(국문·92). 반면에 “세련됨과 강인함으로 나눠지는 양교의 이미지는 서로를 견제하며 의식하는 동안 쌓아온 허상일 뿐이다”는 우리대학교 최시현씨(철학·04). 이러한 의견에 동기부여를 받아 양교의 차이와 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일단 지난 21일에 열린 ‘제 29회 연고연합방송제(아래 방송제)’에 참석했다.


방송제는 YBS에서 제작한 고대 비방 영상물인 ‘Spot’과 KUBS에서 제작한 연대 비방 영상물인 ‘대연(對延)’을 정점으로 구성돼 있었다. ‘Spot’의 내용에서, 고대생은 어눌하고 못생긴 학생으로 묘사되고 있다. ‘손이가요~ 손이갗라는 새우깡의 CM송과 함께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는 고대생을 한대씩 때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폭소를 떠뜨렸다. 방송제를 보던 유태원씨(사회과학계열·06)는 “은연중에 박힌 고대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인 것 같다”면서 “저런 영상을 보면 왠지 모르게 통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제는 학생들에게 볼 만한 영상들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양교의 구체적인 차이와 개성을 밝히는 자리는 되지 못했다.

▲ 양교의 문화를 엿볼수 있는 연고연합방송제 /유재동 기자 woodvil@yonsei.ac.kr

더욱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연고대 문화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대학교 강상현 교수(사회과학·언홍영)를 찾았다. 강 교수의 의견에 따르면, 고대의 타인 의존적이며 협동적인 성향과 연대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는 외부의 돌발적인 변수에 잘 적응하고, 자기 주관을 뚜렷하게 표출할 수 있는 연대의 가치관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연고전에 관해서 그는 “양대 사학에게 연고전은 그들의 기득권을 지킴과 동시에 대외에 과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제시대에는 민족의 독립의식을 고취시키고, 민주화시대에는 군사 독재에 저항하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미래에 필요한 전행적인 리더쉽을 학생들에게 고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연고제도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창조적으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며 연고전의 발전적인 방향에 대해 피력했다.


양교는 이처럼 뚜렷하게 차이나기도 하고, 동시에 많은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고대 어윤대 총장은 지난 5월 우리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고대가 없다면 오늘날의 연대가 있었겠는가? ‘적’이 아니라 우리는 ‘선의의 경쟁자’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연고제 기간 동안에 원색적으로 상대를 비방하는 것도 양교 학생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흥미를 돋운다는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는 처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서로가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우러러 나온다면 양교는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 양교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독수리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이상정 기자  iwhippylan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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