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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그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만나다
  • 정석호 기자
  • 승인 2006.09.25 00: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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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관객은 만나야 하겠죠. 상업영화의 속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중성, 그것이 지나친 상업주의로 변질될 때 해독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인디영화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박찬욱 감독은 말한다. 『올드보이』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 감독. 이제는 구하기도 힘든 『심판』이라는 독립영화가 그의 오래된 작품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원동력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 독립영화가 상영되기까지의 멀고도 험난한 여정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우여곡절 독립영화 제작기

사랑에 실패한 보살(불교에서 여자 신도를 높여 이르는 말)과 사랑을 시작한 비구니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독특한 설정. 독립영화 『붉은 나비』는 사랑의 상처를 잊으려는 여성과 그를 사랑하게 되는 다른 여성의 짧은 여정을 보여준다. 실제로도 짧은 22분의 상영시간 동안 관객들은 스크린 속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이를 제작한 김태희 감독은 바로 “사랑의 불가항력적인 힘”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사랑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뜻이다. “사랑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는 관객의 평을 보자면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것은 아닐지.

이 한 편의 독립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삭발을 감행할 수 있고 연기력이 뒷받침되며, 개런티까지 싼 여배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배우와 일심동체로 작품에 임하고자 스스로 삭발까지 하고 적임자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거절을 계속 당해 심지어는 비구니 역할을 ‘스스로 해볼까?’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한다. 우연히 대학로 소극장에서 배우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감독이 배우로 데뷔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촬영에 들어가서도 로드무비라서 휴게소 장면은 도둑 촬영을 했고, 끝부분의 민박집 장면은 배우와 스텝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동시에 진행해 제작비를 줄이기도 했다. 그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며 제작 당시를 회상한다.

배급을 통해 소통하다

이토록 힘겹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보는 관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독립영화의 배급은 어떻게 이뤄질까. 김 감독의 이전 작품인 『어떤 식으로의 위로』는 자체 배급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붉은 나비』의 배급은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 ‘인디스토리’에 의해 이뤄진다. 이를 통해 그는 몇 영화제에서 여러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인디스토리의 정보와 노하우로 『붉은 나비』는 제7회 서울영화제 디지털 쇼케이스 단편부문에서, 지난 5월에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각각 상영됐다. 뿐만 아니라 제12회 팜스프링스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을 중심으로 설립된 인디스토리. 당시 독립영화들 대부분이 사장되는 현실에서 체계적인 배급시스템을 갖춰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생겼다. 인디스토리 대표이사 곽용수씨는 “작품을 보여주는 일차적 의미보다 무게중심이 덜하겠지만,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의 환수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덧붙여 그는 “공공영역이나 문화소외 지역에 대한 배급에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다

지난 6월부터 인디스토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의 제휴로 ‘독립영화 무료 상영관(http://vod.naver.com/movieIndependenceMain.do)’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매달 열편의 참신하고 예술성이 뛰어난 독립영화를 선보인다. 흥행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창작되는 독립영화는 실험적인 내용으로 네티즌에게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곽 대표는 “많은 작품들을 제공해서 독립영화와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한다”고 기획취지를 밝힌다.

한편 멀티플렉스 CGV에서는 독특하게 인디영화관을 마련해 독립영화, 예술영화, 국내외 애니메이션 등 폭넓은 영화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인디스토리에서 주로 배급받지만, 상영되지 못하는 작품을 직접 발굴해서 박스오피스에 올리기까지 한다. CGV 인디영화 프로그래머 강세아씨는 “멀티플렉스이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찾는 발걸음은 많지 않다”며 “보려던 영화의 매진으로 관객들이 우연히 접하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접한 관객일지라도 관심을 갖고 다음에 다시 오는 경우도 많다고.

▲ 다양한 예술영화가 보고 싶다면 스폰지하우스로! /윤영필 기자 holinnam@

멀티플렉스와는 다르게 서울 아트시네마(http://www.cinematheque.seoul.kr), 씨네큐브(http://www.cinecube.net) 등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관도 있다. 지금 홈페이지에 접속해 상영작들을 살펴보자. 스폰지하우스(http://www.spongehouse.com)에서도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다양한 예술영화를 맛볼 수 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일반 영화관과 다른 상영작들로 차별화를 꾀하는 영화관. 소규모이긴 하지만 고정적인 영화관객은 이곳의 장점이자 강점이다. 음악다큐멘터리 『글래스톤베리』를 보러온 김유리씨(25)는 “흐르는 일상에서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만날 수 있어 만족한다”고 소감을 말한다.

관객 1천만 시대로 돌입한 한국 영화시장. 하지만 관객수가 곧 흥행의 척도라는 공식은 씁쓸하기만 하다.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작된 영화이기에 식상하기까지 한데….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만큼 색다른 독립영화로 눈길을 돌려보자. 상업영화에서 느끼는 부족함을 개성 뚜렷한 감독들이 예상치 못한 소재로 채워줄 테니까.

/정석호 기자 choco0214@yonsei.ac.kr

정석호 기자  choco02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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