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독교의 이념을 갖고 있는 동아리들에 대해 분석하다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한 우리대학교에서, 비기독교의 이념을 갖고 있는 동아리들이 겪는 문제점은 없을까.

   
▲ /그림 서리

지난 2003년 3월 6일, 원주캠 학생회관 앞에서 단과대풍물패연합(아래 단풍연)이 주최한 개강고사가 당시 총무처장이었던 강준원 교수(보과대·환경공학)의 제지로 중단된 일이 있었다. 학기 초마다 총학생회 혹은 단풍연의 주최로 열렸던 개강고사에 기독교 동아리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침묵시위를 하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았으나 학교 측에서 직접 개강고사를 중단시킨 사례는 처음이었다. 당시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학생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행동’이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채택하며 학교 측에 항의했고, 강 교수는 해명글에서 ‘전통문화라는 미명으로 무속행위를 답습하는 것은 적어도 연세대학교 내에서는 엄격히 금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있었던 지난 2003년 이후, 개강고사는 열리지 않았다. 단풍연에서 지난 2002년 의장을 맡았던 최요한씨(생자공·01)는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자이지만 고사라고 해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문화로 받아들였다”고 의견을 말했다.
원주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아래 대불련)에서도 ‘석가탄신일’을 기해 교내에 연등을 달아왔으나 이 또한 매년 학교 측과 마찰을 빚었다. 대불련 소속 한 회원은 “지난 2005년 교목실에서 연등을 떼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를 듣고 앞으로는 학외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예전에 연등을 다는 것과 관련된 합의를 위해 총무처 등에 공문을 띄웠으나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불련 회원들은 “아무도 대불련의 지도교수를 맡으려 하지 않아 회원들이 교수님을 찾아다녀야 했다”며 비기독교 동아리인 대불련을 교수들이 기피해 겪은 불편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이런 내용이 신문에 보도돼 불이익이라도 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대불련의 회원수는 20여명이나, 대부분의 활동을 학외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동아리에 비해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신촌캠은 원주캠의 경우처럼 동아리 활동에 마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활동분과 동아리 7개 중 비기독교 동아리는 불교학생회, 원불교교우회, 증산도학생회 총 3개. 그 중 증산도 학생회 회원은 20여명이며, 중도 앞에서 증산도 역사전시회를 여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증산도학생회 회장 김대현씨(토목공학·00)는 “큰 불편이 있다기보다는 학교 측과 종교가 다르다보니 다소 활동을 제약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다른 종교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닌 셈이다. 원불교교우회도 활동에 별달리 불편한 점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알아본 동아리들이 기독교와 비기독교 사이의 갈등에 관한 것이라면, 이와는 달리 사단법인 국제청소년연합(아래 IYF)의 사례도 있다. IYF는 기독교 단체이지만 우리대학교에서 추구하는 기독교이념과 다른 단체로 알려졌다. 지난 3월말 신촌캠에서 IYF 소속 학생들과 회원들이 ‘문화의 밤’ 행사를 위해 국제교육교류원 측에 글로벌라운지 대여를 승인받았으나 교목실이 이에 문제를 제기한 일이 있었으며, 원주캠에서도 지난 2005년 IYF의 교내 활동에 대해 불법임을 알리는 긴급 공지가 붙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원주캠의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가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종교단체와의 연관성에 의해 학교가 허용하는 종교적 범위에서 벗어나므로 활동 허가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이 직접 우리대학교를 선택하긴 했지만 종교는 개인적인 선택이다. 기독교에 기반을 둔 배움터에서 공부를 하면서 학생 개인의 종교만을 내세우는 것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에서 ‘연세만의 기독교’가 학생들에게 큰 제약으로 작용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새보미야 기자 Isbm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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