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자율화, 그 끝없는 논쟁은 어디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우리대학교의 학훈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대학교는 1백20년 전,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기독교 정신을 기반에 두고 세워진 미션스쿨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대학교는 ‘채플 4학기, ‘기독교의 이해 과목 필수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교 측의 방침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리대학교가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고 있으며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 “채플 시간에 뭐하시나요?”- 적지않은 학생들이 채플과는 거리가 먼 개인 행동을 하고있다. /윤영필 기자 holinnam@yonsei.ac.kr

지난 2005년 1학기부터 ‘채플반대시위’를 벌이며 ‘채플 자율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든 엄수홍씨(기계공학·04)는 ‘채플 강제 이수’에 대해 “우리대학교가 미션스쿨인 것은 알지만 이러한 사실이 채플강제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대학교에서도 한 때 채플이 자율화가 된 적이 있었다”며 “ 채플은 자율화 하는 것이 옳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한편 원주캠퍼스 학생들은 졸업을 하기 위해 ‘4학기 채플이수’뿐 아니라 ‘체험채플’이라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체험활동은 새내기를 대상으로 2박 3일 동안 ‘가나안 농군학교’와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2조로 나눠 각각 진행되는데 대부분 개강 직후 이뤄져 많은 새내기들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곽경주씨(사회계열·06)는 “그곳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봉사활동은 3시간뿐”이라며 “그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유익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원주캠퍼스에서는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필수 체험채플뿐 아니라 타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채플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때 타 학년생이 체험채플을 신청할 경우 한 학기 채플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어 곽씨는 “차라리 체험채플을 강제가 아닌 선택으로 해 자율적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이것이 더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현재 외국의 기독교 미션스쿨인 예일대, 프린스턴대, 하버드대는 19세기말 이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종교행사에 참여하도록 했으며 일본의 도시샤대도 60년 전 강제적 종교행사를 자율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플을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관동대, 서울여대, 숭실대, 이화여대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기독교 미션스쿨인 성결대의 교목실장 박창영 교수는 신과대를 제외한 다른 학과는 채플을 자율화하도록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으며 불교와 천주교를 기반으로 한 동국대와 서강대의 경우에도 채플과 같은 강제적인 종교행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 이지연씨(법학·04)는 “학교가 미션스쿨이라고 하더라도 종교집회에 학생들의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독교의 이해’ 수업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채플과는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채플자율화모임’의 김수민씨(교육·01)는 “기독교의 이해 과목은 일단 종교수업이지만 예배행위는 아니다”며 “서강대의 경우 종교수업을 철학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학교 측에서 기독교 수업을 필수로 지정할 권리는 있다고 인정한다”고 채플과 기독교 수업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이어 지난 학기 ‘기독교의 이해’ 수업인 ‘기독교와 현대사회(아래 기현사)’를 수강했던 김형민씨(공학계열·06)는 “기현사는 비 기독교인이 들어도 큰 거부감이 없었다”며 “하지만 강제로 들어야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실제로 서강대뿐 아니라 다른 기독교 학교도 종교 수업을 철학 수업이나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여대에서는 일명 ‘바롬교육’이라 불리는 기독교 수업을 바롬관이라는 기숙사에서 같은 학년끼리 3주간 같이 생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대체 수업에 대해 서울여대 김효정씨(경영·00)는 “주로 자아를 찾는 내용의 수업이 이뤄져 비기독교인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며 “이 수업을 통해 친구들과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학생들이 기독교에 대해 좋은 인상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동국대의 경우 불교 대체 수업으로 ‘자아명상’이라는 수업을 개설했는데 동국대 신문사 측은 “많은 학생들이 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일종의 영어회화와 같이 필수 과목 정도로 생각해 큰 불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동국대 최민영씨(유아교육·05)는 “명상은 불교의 기본이지만 이 수업을 들을 때는 종교적 색채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며 “이런 대체 수업을 통해 바쁜 가운데 명상도 하게 돼 1석2조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채플 자율화를 주장하는  엄씨는 “채플과 기현사가 건학이념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교 측의 취지라는 것은 이해한다”며 “다만 이를 강제로 시행했을 때는 오히려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반기독교적인 분위기를 더 고조시킬 수 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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