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 일본연수 동행 취재기

지난 7월 28일~8월 2일 우리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인 ‘새움터(아래 새움터)’의 지도교수인 조재국 교수(연신원·종교학)의 인솔 아래 우리대학교 장애학생 5명과 도우미 학생 등 20여명이 '장애학생일본연수프로그램(아래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5박6일의 기간 동안 참가 학생들은 '전국장애자연구대회', 오사카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좌담회, 히라가타 시청의 장애복지시스템 설명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본 기사는 이 프로그램의 동행 취재기로서, 보다 상세한 견학 일정은 추후 웹진 연두에 연재형식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우리대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인 ‘새움터’는 지난 2001년에 생겼다. 그러나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복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학내 장애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규정을 배워오려는 취지와 더불어 장애학생은 장애학생 나름의 리더십을, 도우미 학생은 장애학생들과 친목을 쌓기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계획됐다. 프로그램은 일본 NGO의 활동 확인 및 대학 내 장애학생지원센터 견학, 그리고 정부·지역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정책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 장애인운동 분과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렇게 모든 강의실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누구라도 행복은 동등하게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나라교육대학에서 열리고 있던 ‘전국장애자연구대회’였다. 올해로 40회를 맞고 있는 이 대회는 전국장애자문제협회에서 개최하는 전국대회로 매년 장애인 관련 NGO들이 모여 여러 문제들을 토론하고 실천방안을 강구한다. 올해는 각지에서 온 2천5백여명의 일반시민과 활동가 등의 참여로 이뤄졌으며 44개의 일반 분과와 8개의 특별 분과로 구성됐다. 분과 참가시 약 4~5만원 상당의 돈을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모습은 장애인 문제와 관련된 NGO의 힘을 알게 했다. 연수팀은 ‘장애인 운동’ 분과에 참여한 뒤 행사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라교육대학의 다마무라 구니히코 교수와 함께 행사장 전체를 둘러봤다. 근처의 초·중·고등학교와 공민회관까지 빌린 이 큰 행사장에는 강의실마다 분과회가 열리고 있었다. 중간에 연수팀은 발달수준이 0세인 정신지체아동에게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하는 비디오를 시청했다. 봉사자들은 단순히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이 아닌 음악을 들려주고 어울려 놀며 ‘즐거움과 웃음’을 아이들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조교수는 “비록 지능이 0세일지라도 그 아이들도 그들의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기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원봉사를 할 때 장애인의 감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일본인의 인식을 설명했다. 폭넓은 장애인 기준, 그 인식의 차이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오사카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다. 이곳에서는 센터의 소장인 마츠바라 다카시씨와 시각장애인 대학원생인 사토 다카노리씨 등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했던 점은 장애학생에 대한 기준이 폭넓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본 전반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는데, 일본에서 법으로 규정하는 장애인에는 신체 내부 장기의 일부가 없는 사람, 그리고 당뇨를 가진 사람도 속한다. 마츠바라씨는 “당뇨병 환자는 쉽게 피로해지는 병의 특성 때문에 가방을 들어준다던가, 이동 중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와는 현저히 다른 인식이었다. 또한 사토씨의 경우, 대학원을 다니는 그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가 무려 4명이나 됐다. 장애학생이 공부를 함에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한 것이다. 조교수는 “일본의 시스템처럼 우리학교에도 도우미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자립을 위해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오사카 내 히라가타 시청의 장애복지위원회였다. 얼마전 일본에서 자립지원법이 통과됐는데, 히라가타시는 법에 맞춰 시의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들을 재빠르게 만들어 시행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한 장애인의 복지에 국가가 전액을 부담 했지만, 이제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은 직접 일을 해서 살아가도록 정책 변화가 생긴 것이다. ▲ 버스기사가 휠체어 탄 장애인을 위해 손수 리프트를 내리는 모습.

히라가타시는 일본 전역에서 이와 관련해 선진적인 시스템을 가진 곳 중 하나다.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이 신청을 하면 시청에서 각 회사에 부탁을 하고, 회사에서 취업허가 공문이 도착하면 그때부터 시의 조력이 시작된다. 임시 고용 기간 동안 시의 직원이 직접 나서서 옆에서 의사소통과 일처리를 도와주는 것이다. 시청의 장애복지과에서 근무하는 야마다씨는 “지금까지 20명이 취직을 했다”며 “정책이 막연하게 이뤄지지 않기 위해선 현실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수팀의 장애학생 김을환씨(심리·00)는 “한국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연결은 해주지만 직접 시의 직원이 나서서 중재를 하는 일본의 시스템이 나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일본 각지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국에 적용되진 않을 것이고 지역마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인권의식을 바탕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사카 대학 좌담회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이쪽 분이 말했습니다’라는 통역자의 말에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이쪽 혹은 저쪽이라는 표현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졈이라며 “‘몰랐어, 미안’이라고 말하기보다 ‘모르니까 가르쳐 주겠니’라는 적극성이 더 필요하다”는 그 장애인의 말을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글`사진 이지은 기자 superjlee200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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