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수업에 지각한 적도 있어요”
상대본관에서 대부분의 수업을 듣고 있는 신지원씨(상경계열·06)의 하소연이다. 우리대학교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화장실 가는 것을 포기하거나, 순서를 기다리며 수업에 늦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학내 건물들 중에서도 상경·경영대 학생들이 사용하는 상대본관과 공과대 학생들이 사용하는 제1공학관의 여자 화장실 숫자는 남자 화장실의 숫자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지난 9월, 정부는 10월 29일 이후 건축 허가를 받는 공공건물에 소변기를 포함한 남성용 변기 수보다 여성용 변기 수를 1.5배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공공화장실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자들의 화장실 이용 시간이 남자들보다 길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개정안이 마련되기 전 공공 화장실법에는 남·여 화장실의 변기 개수를 동등한 비율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상대본관과 제1공학관을 비롯한 학내 건물들은 공공건물이기에 이 법안을 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경대는 재학생 총 1천8명(2006학년도 1학기 기준, 아래 동일) 중 2백63명이 여학생인데, 상대본관의 여자 화장실 수는 9개다. 같은 건물의 남자 화장실 수가 17개인 것을 고려했을 때 그 차이는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남·여 화장실의 변기 개수를 비교했을 때 그 개수 차이는 엄청나다. 상대본관의 여자 화장실 변기 개수가 15개인데 비해 소변기를 포함한 남자 화장실 변기 개수는 1백17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공 화장실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남·여 화장실 변기 개수 비율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상경·경영대 여학생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공과대 역시 공공 화장실법이 요구하는 남·여 화장실 변기 개수 비율과 거리가 멀다. 제1공학관의 소변기를 포함한 남자용 변기 개수가 1백45개인 것에 비해, 여자용€ 변기 개수는 13개뿐이다. “화장실에 가려면 아래층까지 찾아가야 돼 불편하다”는 유현정씨(토목·05)의 말처럼 특히 제1공학관은 2, 4층에 여자화장실이 없어 그 층에서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은 화장실을 찾아 다른 층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같은 층에 남자 화장실만 무려 5개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여학생들이 체감하는 화장실 수의 부족함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남·여 화장실의 변기 개수 비율이 ‘1:1’이라는 최소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설비안전부의 이근삼 환경과장은 “화장실 비율이 문제가 되는 단과대 건물이 공공화장실법 이전에 지어진 것들이 많다”며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해서 시설관리부 측에 공문을 보내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경대 학생회는 여자 화장실 개수를 늘리기 위한 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상경대 학생회장 이연지씨(경영·03)는 “이미 1년 전부터 여자 화장실 수를 늘리려고 했으나, 예산 문제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되곤 했었다”며 “18일(월)부터 여자화장실 숫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할 것이며, 여자 화장실 확충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금 부분에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상대본관의 여자 화장실이 부족한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상경대 사무실 측의 해명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 현황에 대한 학교 측의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준다. 상경대 학생회처럼 각 단과대 학생회 측에서 개별적인 노력을 하기 이전에, 학교 측에서 여자 화장실의 현실 개선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