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와 담배연기에 찌든 학내 화장실, 빨간불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전국의 어느 화장실을 가도 붙어있는 탓에 너무도 유명해져버린 이 문구를 처음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연세인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연세인의 화장실은 아름답습니까?”
 현재 우리대학교에는 각 단과대 건물·학생회관(아래 학관)·중앙도서관(아래 중도)을 비롯한 총 64개 건물에 1천여 개에 달하는 화장실이 있다. 2만 연세인이 쓰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는 숫자다. 하지만 △1천여 개에 달하는 화장실의 위생 상태 △화장실 안에서의 흡연 실태 △장애학우를 위한 화장실 환경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은 듯하다.

비위생적인 화장실

흔히 사람들은 위생 상태를 바탕으로 화장실의 시설을 판단한다. 이 때문에 ‘화장실의 생명은 위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교의 화장실은 학생회관·중앙도서관·종합관과 같이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건물일수록 위생 상태가 심각한 실정이다. 배정훈씨(사회·05)는 “학관 화장실을 갈 때마다 악취와 열악한 시설, 그리고 낙서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다”며 화장실 관리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설비안전부 이근삼 환경과장은 “화장실 위생 관리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9백 40여개에 이르는 화장실을 일일이 관리하는 데 한계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화장실 위생 상태는 직접 화장실을 사용하는 학생들에 의해 가장 크게 좌우된다”고 말해 화장실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학생들이 바닥에 침을 뱉거나 휴지를 함부로 버리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학관 화장실 청소를 하는 박은숙 직원은 “하루에 두번씩 청소를 하지만 볼 때마다 휴지·당배꽁초 등으로 지저분해져있다”며 “하루만 청소를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질 것”이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 /그림 서리

화장실은 흡연의 성역?

법적으로 우리대학교의 공공건물은 모두 금연 건물로 지정돼 있다. 이렇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흡연을 할 경우, 벌금을 내야하지만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화장실을 흡연 장소로 생각하고 쉬는 시간에 건물 외부가 아닌 화장실에 가서 흡연을 하는 실정이다. 종합관 남자화장실 창가에는 학생들이 놓아둔 것으로 예상되는 재떨이 용도의 음료 용기가 놓여있다. 그 안에 있는 수십 개의 담배꽁초는 학생들이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종합관에서 많은 수업을 듣고 있다는 정석현씨(사회과학계열·06)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담배냄새가 날 때가 많은데 비흡연자로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내에서 규칙을 어기고 있고,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관리하는 각 건물의 관리부 측에서도 직접적인 단속이나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장애학우를 위한 시설 확충해야

한편, 장애학우를 위한 화장실 환경이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는 것도 문제다. 우리대학교 건물 중에 장애학우를 위한 휠체어 전용 화장실이 있는 곳은 학관·중도·주요 단과대 건물 등 20여 곳으로 이는 학내 총 건물의 절반도 안되는 수치다. 설비안전부는 학내 장애학우를 위해 최근 과학관·종합관에 휠체어 전용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니는 김을환씨(심리·00)는 “주로 다니는 건물은 화장실 시설이 잘 돼 있고 문제가 있을 때 시설과에 연락을 하면 바로 조치를 취해주지만 아직까지 휠체어 전용 화장실이 없는 건물이 많고, 휴지가 없거나 쓰레기로 더러워진 화장실이 있다”고 말해 학내 휠체어 전용 화장실 환경과 그에 대한 관리가 만족할 정도가 아님을 드러냈다.

‘그 나라를 알기 위해서는 화장실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의 국민성이 화장실에서 드러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화장실을 통해 본 연세 속의 화장실 모습은 학내 구성원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모든 연세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 측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측은 관리자 입장에서 화장실 시설 확충과 흡연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고 제재를 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은 ‘화장실을 원래 지저분한 곳’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사용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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