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곡이면 충분하다. 일단 그 곡에 나만의 ‘필’이 꽂혔다면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마련된 셈이다. 이 세계란 바로 흔히 딱딱하고 어렵다고만 느끼는 클래식의 세계다. 당신이 마음에 든 곡이 생겼다면 이제 당신은 그 곡을 자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곡에서 비롯된 취향에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선곡을 해나간다면 자연스레 클래식을 가까이 하게 될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른 음악도 많은데 왜 하필 클래식일까? ‘고전’을 어려워하면서도 사람들이 그것을 가까이 하는
까닭은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여기에서 얻는 감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클래식의 존재 이유가 성립된다고 이야기하는
‘풍월당’ 주인 박종호씨. 그는 음악 칼럼니스트부터 시작해 클래식 음반매장과 클래식 음악감상실의 대표이자 벌써 네 권의 클래식 서적을 써낸 바
있는 클래식 고수다. 그에게서 전해 받은 클래식 내공 하나. 클래식을 두루 섭렵해서 들을 필요는 없고, 다만 자신의 정서에 맞는 곡을 들으며
이후 자신의 취향에 따른 레파토리를 계속해서 구성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아직 클래식의 세계로 입문할 ‘단 한 곡’을 찾지 못했는가. 이 가을, 고독의 계절에 그가 추천하는 음반은 슈베르트의 실내악곡들이다. 평생 그렇게도 원했던 피아노 한 대 갖지 못했던 슈베르트의 삶이 안타깝다는 그. 그러나 그만큼 모든 곡이 진지하고 굉장히 뛰어나다며 추천하는 그의 손에 들려진 클래식 음반의 선율처럼 이 가을이 아름다워질 것만 같다.
/ 글 위문희 기자 chichanmh@
사진 윤영필 기자 hollinam@
위문희 기자
chichanmh@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