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주

△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

제목 그대로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의 대표하는 최고 통치권자로서의 삶은 화려하기만 할까요? 글쎄요… 노무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임기만 생각해봐도 딱히 좋을 것 같지만은 않네요^^; 탄핵소추라는 헌정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고, 듣는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언행으로 질타를 받기도 하고, 또 내놓는 정책마다 극심한 반대에 시달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뜻을 밀고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소신 있는 지도자의 그것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한 노무현 대통령의 진면목을 이 책의 저자인 청와대 출입기자가 속속들이 밝혀줍니다. 소문이나 추측보다는 객관적 사실을 다루고 있다니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칭기스칸의 리더십 혁명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과거 천 년간의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칭기스칸'. 이런 칭기스칸에게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그는 한낱 양치기에 불과했을 것이다’라는 인상적인 광고 문구를 내세운 CF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영웅으로서 그가 갖추고 있던 것이 도전정신 뿐이었을까요?

칭기스칸의 강인한 리더십은 8백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기업의 경영 전략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칭기스칸의 5가지 리더십 전략으로 '순리를 좇는, 비전을 제시하는, 길을 만든, 프로마니아를 키운,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리더십을 꼽습니다. 소지품을 간소화하고, 정보 수집에 능란하며, 속도를 중시하고, 서로 접속하고 소통하는 ‘유목민’ 몽골인의 삶과 오늘날 우리들의 ‘디지털 유목민’ 생활이 매우 흡사한 만큼 당대를 풍미한 칭기스칸의 리더십 역시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감독, 열정을 말하다

영화 시사회장에서 자신의 영화에 대해 말하는 감독들의 인터뷰는... 한결같이 식상합니다. 아무리 그럴싸한 말을 해도 결국 ‘영화 잘 나왔으니, 한번 보시라니까요~’라는 식으로 밖에 들리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감독들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제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힘든 시사회 분위기를 탓해야지. 여기 사람 이야기 잘 듣고, 잘 쓰는 전문 인터뷰 기자가 ‘열정이 넘치는’ 젊은 감독들을 만나서 쓴 책이 있습니다.

『달콤한인생』의 김지운, 『주먹이운다』의 류승완, 『괴물』의 봉준호,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등 7명의 감독들이 영화학도였을 때 이야기와 연봉 2백만원으로 공사판 막노동을 했던 이야기, 자신의 영화 연출관, 가치관들을 소탈하게 털어놨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하고 궁금했던 사람은 바로 중도로 달려가세요. 아무래도 당분간 예약 순위까지 꽉 찰 것 같으니까요.


△ 진중권의 시사 키워드 사전 첩첩상식

솔직히 고백하건데, 언젠가 진중권씨의 명성(!)을 듣고 뭔가 싶어서 그분의 『빨간 바이러스』라는 제목부터 강렬한 책을 빌려봤던 적이 있더랬습니다. 하지만 읽다보니 정치나 사회문제라면 똥인지 된장인지도 잘 모르는 저에게는 몰입하기 힘든 포스가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무조건 이 분의 말씀이 다 맞겠거니 끄덕거리기에는 뭔가 찜찜하고 또 뭔가 반론을 찾자니 것도 역시 잘 모르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이 책은 이런 저에게 ‘이것이 똥이고 저것이 된장이다’를 확실히 보여줍니다.

‘영유권’이라는 단어 해설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저자는 일본이 ‘한국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써서 도리어 독도를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독도에 영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계속 영유하면 그만이니 영유권을 주장할 필요가 없지만, 이런 표현을 쓰면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니 ‘독도는 우리 땅’ 이라고 세계를 향해 외치기보다 남의 땅을 넘보는 무례한 일본을 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다 아는 말이지만 알고 보면 잘 모르는 말들을 쉽게 풀어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다시 『빨간 바이러스』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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