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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아동인권 실태를 진단하다
  • 양재영 기자
  • 승인 2006.09.11 00: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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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너무너무 듣기 싫어요. 꼬마라고 하는 것은 나를 다섯 번 죽이는 거예요” 이승원양(10)의 말이다.
“아동의 권리라고요? 그런 건 생각해 본적 없는데요” 박아무개씨(독문·05)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한다.

박씨 뿐만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동의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아동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 들어서 방정환, 김기전 등이 ‘어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어린이를 존중하자는 ‘소년운동’을 시작하면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다. 해방 이후에는 서구의 권리의식이 유입되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운동이 국가차원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동시에 아동보호와 아동권리가 미묘하게 결합되며 보호라는 미명 아래 어린이를 선도의 대상으로 파악하게 됐다. 서울대 사학과 이기훈 강사는 “권리와 보호의 구별은 조심스러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아동은 아직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해선 안된다’라는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의식이 사실 아동의 권리보호를 방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아동이 가지는 권리를 인식하는 수준 자체가 굉장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에서 수행한 2005년도 UN아동권리협약 이행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권리 보장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표 <아동권리 수준의 평가> 참조)

▲ *2005년도 UN아동권리협약 이행 모니터링 결과에서 발췌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해하고 있는 아동권리

우리의 일상 속에는 사소하지만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아동권리 무시의 사례가 산재해 있다. 우리는 간혹 공공장소에 문이 없이 개방돼 있는 아동용 변기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보면서 별 생각 없이 넘어가거나 제대로 용변을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문을 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박경자 교수(생과대·아동발달)는 “아이들은 어차피 혼자서 용변을 볼 수 없고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니 문을 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아이를 둔 학부모 윤찬희씨(40)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문이 없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내 4살난 딸아이는 집 화장실에서도 나보고 나가라고 할 정도로, 개방된 곳에서 용변을 볼 경우 창피해한다”고 말해 실제 아이들은 개방된 변기를 이용하며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덧붙여 인권운동사랑방 인권하루소식 김영원 기자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문을 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어른들의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이라며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린이용 화장실칸 크기를 키워 보호자도 함께 들어갈 수 있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초딩’이라는 용어 또한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의미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초딩’이란 단어는 처음에는 ‘중딩’이나 ‘고딩’같이 초등학생의 줄임말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유치하고 한심한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린이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이강사는 “사실 인터넷상에서 변태적인 자기과시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남성들임에도 불구하고 생각 없는 사람들을 ‘초딩’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동은 무지몽매하다’는 선입견에서 비롯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빗대어 ‘애도 아니고…’라고 무시하는 식의 발언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하는 생각은 무조건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최근에 도입된 ‘전자명찰제’ 역시 어린이 권리 침해의 사례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험적으로 몇몇 학교에 도입돼 실시됐던 이 제도는 명찰에 무선인식 칩을 내장해, 학생이 교문을 통과할 때마다 그 칩을 감지해 등하교 시간을 학부모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를 두고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과 어린이의 인권침해라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기자는 “전자명찰제로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을 파악한다고 해서 어린이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는 가의 여부는 불확실한 반면, 아동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전자명찰제가 도입됐다”며 “전자명찰의 예뿐 아니라, 아동위치서비스 제공 등을 안전이란 이름 아래 팔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을!

이강사는 “아동은 천진난만하고 천사 같다는 생각, 반대로 아동은 못되고 생각 없는 초딩이라는 생각 모두가 편견이 만들어낸 잘못된 이데올로기의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공공장소에 개방돼 있는 아동용 변기나, ‘초딩’이라는 단어 같은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소한 인식들이 쌓이다보면 아동의 권리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UN아동권리협약의 마지막 기본원칙인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원칙」처럼 아이들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본다면 우리사회가 아이들이 살기에 한결 더 좋아지지 않을까.

양재영 기자  qpwodudqp@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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