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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된장녀
  • 정세한 기자
  • 승인 2006.09.11 00: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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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와 명품 핸드백으로 대표되는 이시대의 된장녀. 그들의 소비형식을 둘러싸고 '사치'라고 표현하는 의견과 '개인의 취향' 이라고 평가하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이런 된장녀 같으니라고!”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된장녀’는 올 여름을 강타한 최고의 유행어였다. 이는 누리꾼들의 논쟁에서 자주 쓰이다가 최근 주요 일간지와 시사 잡지에 ‘된장녀 현상’으로 연달아 다뤄지면서 젊은 여성의 소비 행태를 말하는 주요한 개념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외국의 명품이나 문화를 좇으며 허영심이 가득 찬 삶을 사는 20대 여성’이라는 의미가 통용되고 있지만, 혹자는 극단적 페미니스트를 일컫거나 외국인과의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의 된장녀는 명확한 의미 없이 누리꾼들이 뭔가 불만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여성들을 비방할 때 쓰는 두루뭉술한 어휘 같다”는 장대광씨(공학계열 · 06)의 말에서 된장녀 현상이 애매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미가 불분명하듯이, 확실한 어원도 오리무중이다. ‘된장’이 몇몇 사이트에서 20대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에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 위헌 판결 이후 이화여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벌어졌던 논쟁에서부터였다고 한다. 이러한 어원을 제시한 『필름 2.0』의 허지웅 기자는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 된 것은 그때가 맞지만, 최근의 된장녀 논란과 의미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 연관성을 의심했다.

그럼 왜 하필 ‘지금’이러한 논쟁이 터져 나온 것일까? 이는 최근 계속 불거지고 있었던 양성간의 갈등이 크게 폭발한 결과로 보인다. 게시판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공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된장녀’같은 경우는 여권신장을 배경으로 남성들의 역차별 인식이 퍼지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추측되는데, 올해 들어서는 이러한 양상이 더욱 극심해져 왔다.

여학우 이아무개씨(간호· 04)는 “예전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읽거나 직접 댓글을 다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최근 소위 ‘마초’들의 게시판 점령이 극심해지면서 점차 잘 하지 않게 됐다”며 “된장녀 논란도 결국 여기에서 파생했을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성 대립이 논란의 주된 이유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서 된장녀의 특성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영탁씨(경영계열· 06)는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이러한 소비가 부각될 뿐, 허영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며 여성들만 부각하는 된장녀라는 개념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공격의 일환으로 된장녀 현상이 생겼음을 암시했다.

이러한 논란의 저변에는 현대 젊은 세대의 소비양식에 대한 상반된 이해가 숨어있다. 사회학과 고동현 강사는 “현대인은 소비를 통해 개인의 특정한 이미지를 얻으려는 ‘이미지 소비’를 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이러한 소비양상을 과시욕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유행을 좇기만 하는 모방으로 여기는 시각과, 소비가 즐거움을 충족시키고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고 여기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두 가지의 상반된 인식이 존재하는 가운데, 고 강사는 “각 개인마다 느끼는 효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개인마다 실로 다양한 소비 행태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허영이라는 주관적인 잣대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된장녀 같은 현상들이 긍정적으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로 일본의 오타쿠 현상을 들 수 있다. 오타쿠는 게임, 프라모델 등 자신의 관심분야에 모든 정신을 쏟고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한국의 ‘폐인’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1983년에는 ‘폐쇄적이다’, ‘반사회적이다’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일본의 게임산업, 완구산업이 세계적으로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 이러한 오타쿠들의 관심에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이어지면서 그 가치가 다시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볼 때, 개인의 취향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오히려 새로운 가치의 창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의 소비행태가 다소 과시적이거나, 혹은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고 있다는 사회적인 우려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층들은 이제 스타일은 사치나 허영이 아닌 취향이라는 전제에 따라,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자신의 소비 방식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러한 양식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한국 사회의 된장녀는 ‘별다방 사치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정세한 기자 mightydu@yonsei.ac.kr

정세한 기자  mightyd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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