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필요한 성희롱 예방 온라인 교육

총학생회는 지난 1학기 초부터 학교 측에 교내 성폭력 근절을 목표로 ‘교수 반(反)성폭력 교양이수’를 요구해왔다. 이에 학교는 교양이수 대신 자율적인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 하겠다고 답변했고 본관점거 해제로 학교 측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7월 부터 ‘성희롱예방 온라인 교육(아래 성희롱 예방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성희롱 예방교육은 △프로그램의 기술적 문제 △수준 낮은 교육내용과 점검문항 △학내 구성원의 저조한 참여율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프로그램의 기술적인 결함

우리대학교는 지난 1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작한 온라인 성희롱 예방 교육프로그램을 배포 받아 사용하고 있다. 학사포탈시스템(http://portal.yonsei.ac.kr)의 오른쪽 상단에 있는 항목을 클릭하면 참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성희롱의 개념과 유형· 대처법· 예방법에 대한 설명을 거쳐 최종적으로 점검문항을 풀어보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총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페이지 하단에 위치한 화살표를 누르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성실하게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클릭 몇 번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편법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강의 음성과 화면 내용이 제대로 일치하지 않는 페이지가 발생하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외에도 일부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할 때 오류가 발생하는 등 전산 시스템 운영상의 문제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여하려고 했다는 남현선씨(간호ㆍ02)는 “메뉴를 클릭하자 교육대상자가 아니라는 창이 계속 떠 결국 교육이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준 낮은 교육내용

‘성희롱은 그냥 참아 넘기는 것이 상책이다’ ‘성적농담과 신체접촉은 건전한 인간관계에 도움을 준다’ 
온라인 교육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등장하는 이 문항은 ‘Yes/No’로 답하는 단순한 방식임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수했던 이상민씨(인문계열ㆍ06)는 “10문항 중 8문항을 통과해야 최종이수가 가능한데 대부분의 문항이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수준이라 통과하는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8문항 이상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시행되는 재시험 문제가 처음에 풀었던 문제와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다는 사실은 최종문항이 전혀 교육 이수 점검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납득하기 힘든 교육 내용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총여학생회장 류김지영씨(사회·04)는 “성희롱 사례를 설명하는 화면에서 가해자인 남학생 선배가 사과를 하자 여학생이 ‘선배 멋져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며 “교육프로그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여학생처 박경숙 과장은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파악된 상태지만, 우리대학교 내에서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며 “교육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학교 본부에 공문을 보내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연간 예산이 부족한 성폭력 상담실로서는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은 서울대가 지난 2003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체적인 성희롱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홍보부족으로 저조한 참여 초래

지난 5월 22일~8월 31일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수한 학내 구성원 비율은 학생의 경우 4.09%, 교수의 경우에는 불과 2.14%에 머물렀다. 애초에 학교 측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했으나 “온라인 성희롱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몰랐다”는 오시욱씨(인문계열· 06)의 말처럼 프로그램에 대해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현재 학사포탈 시스템에 ‘성희롱 예방 온라인 교육’이라는 항목이 신설된 것 외에는 별다른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부족한 홍보와 더불어 교육을 이수한 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는 것도 참여도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교육을 이수한 학생과 교수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학사포탈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이수여부가 기록되는 것뿐이다. 이에 비해 서울대는 교육 이수자에게 독감 예방접종시 할인혜택을 주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적극적인 학내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성폭력 상담실 김영희 상담원은 “부족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장학금ㆍ기숙사ㆍ연구비 신청시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알뜰샘에서 할인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2학기가 시작됐음에도 이수 학생들에게 별다른 혜택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온라인 성희롱 예방교육은 학내 성폭력 문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예방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성희롱 예방교육은 위와 같은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학내의 성폭력을 예방한다는 취지의 교육프로그램조차 학내 구성원의 외면을 받는 한 진정한 성폭력 근절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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