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에는 ‘8·15 통일축전’의 학내 개최를 놓고 갈등을 빚던 학교본부와 행사단이 우리대학교 정문 앞에서 대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행사를 위해 학내로 차량을 진입하려는 행사단과 이를 막는 학교측이 마찰을 빚은 것이다. 2시간 가량 지속된 대치는 학교측이 한발 물러섬에 따라 일단락 됐지만 이로 인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 듯하다.

특히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행사를 강행한 총학생회(아래 총학)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논란이 있는 행사를 학내에서 개최하는데 왜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냐는 게 비난의 주된 이유이다. 이에 대해 총학은 중앙운영위원회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얻었고, 방학 중이라 소집할 수 없었던 확대운영위원회 간부들에게도 전화를 통해 직접 허락을 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답은 다소 궁색해 보인다. 총학이 ‘8.15 통일축전’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발송한 편지에서는 “2만 연세인과 ‘함께’하는 ‘8.15 통일축전’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편지의 내용처럼 총학이 진정 ‘8.15 통일축전’을 2만 연세인과 ‘함께’ 하고 싶었다면 무엇보다 신경 써야 했던 것은 절차에 따른 요식적인 ‘허락’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기 위한 ‘소통이었을 것이다.

한편 학교본부는 우리대학교 자유게시판에 게재한 성명서에서 ‘8.15 통일축전’의 학내 개최에 대해 “사유재산권의 중대한 침해이며 교육과 연구가 본업인 대학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학교본부는 학습권 수호와 대학의 정치화를 막는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며 불허방침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학교본부의 공식 입장도 총학의 행사 강행을 비판하는 여론 이상의 공감은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학교는 “입시업무와 연구자의 연구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숙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8.15 통일축전’ 행사단과 정문 앞에서 대치를 벌이던 시각에 학내에서는 한 대중가수의 콘서트가 열리는 다소 모순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와 같이 학습권 수호에 대한 학교본부의 원칙이 오락가락한 것은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대학의 정치화를 막겠다는 이유 또한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시대와 국적을 막론하고 대학만큼 정치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한 곳이 없었다. 더욱이 3.1운동과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끌며 한국 근현대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겨온 연세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학교본부가 내세우는 근거는 빈약해 보인다.

연세인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행사 강행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학교를 단순히 사적재산으로 간주하고 다양성을 막는 보수적 태도도 문제가 있다. 연세의 아름다운 캠퍼스와 교정은 연세 구성원 모두의 것임을 알고 진지한 소통과 다양성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글 김남준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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