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인증으로 멀어진 세계적 경영대의 길

 오랜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용적인 학문을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을 따라 최근들어 경영학이 각광받기 시작하며 각 대학은 경영학과 키우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1946년 설립돼 61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 온 우리대학교 경영학과의 확고했던 입지가 최근 타 대학 경영학과에 위협받고 있다.

지난 2002년 서울대에서 국내 최초로 AACSB 인증을 받은 이후,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성균관대·이화여대 등 10개 이상의 국내 경영대에서는 AACSB 인증을 위한 뒤늦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우리대학교의 현주소

AACSB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적격심사 지원서 제출 △멘토 선정 및 방문 △인증계획서 작성 및 제출 △ 연차보고서 제출 △자기 직무평가 보고서 제출 △실사단 방문 및 심사 △최초 인증 위원회 및 이사회 심사 과정을 거쳐야한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지난 2004년 3월 적격심사 지원서를 제출한 이후, 연차보고서 제출 과정에서 두 차례 문제점을 지적받았고 현재 3차 연차보고서를 제출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AACSB 인증을 담당하는 경영대 김소형 직원은 “우리대학교 경영대의 AACSB 인증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에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려대·서울대·카이스트가 ‘단축일정추천제’를 적용받아 이미 인증을 취득한 반면, 우리대학교는 멘토 방문 당시 △국제학대학원에 국제경영학과정(International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아래 IMBA) 존재 △75%에 미치지 못하는 전임교수 강의비율을 지적받으며 단축일정추천제를 받지 못했다. 이는 우리대학교가 갖추고 있던 경영대 내 시스템과 AACSB 인증을 위한 준비 과정이 타 대학에 비해 뒤쳐졌음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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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달성에 급급한 제도개편

경영대 측은 멘토 방문 당시, 지적받았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지난 2005년 11월 연차보고서를 제출했다. 결국 15개월 전 지적받았던 두 가지 문제를 또 다시 지적받아 AACSB 위원회로부터 2차 연차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2차 연차보고서 제출을 위해 경영대 측에서는 매년 4개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던 전임교수에게 5개의 강의를 담당하도록 했고, 최근 전임교수를 10여명 신규 채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2005년 3월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는 전임교수의 강의 비율 75%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AACSB부터 전임교수의 수업 비율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고 난 뒤에야 기존 전임교수의 수업을 늘리고, 신규 교수를 대폭 채용한 것은 인증을 받기위해 75%의 수치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국제학대학원과 내부 마찰 빚어

2차 연차보고서에서 국제학대학원 내 IMBA가 존재하는 것에 대한 해결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04년 8월 멘토 방문 당시, “경영대에 속해있지 않은 IMBA는  AACSB 인증을 취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IMBA학위를 폐지하거나 학위명을 변경할 것을 권유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경영대 측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IMBA 학위를 폐지·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국제학대학원과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 문제는 총장의 결정에 의해 IMBA 학위를 국제학 학위로 변경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고, 그 결과 지난 2006년 6월, 3차 연차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8월부터 지적 받았던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1년 이상 해결하지 못했던 점은 학내 업무처리 구조의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경영대 학장 김준석 교수(경영대·회계학/정보시스템`)는 “앞으로 2010년까지 세계 50대 경영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향후 2년 내에 신임교수를 10명이상 채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하루빨리 AACSB 인증을 받아 세계적인 경영대로 도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ACSB 인증이 세계적인 경영대를 만들어주는 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다. 경영대는 이번 인증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타 대학에 비해 열세를 보인 점에 대해 배울 점은 배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경영대 내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으로 한발 한발 내딛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세계적 경영대로의 도약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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