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밴드의 대학가요제 도전기

‘도전’은 설레긴 하지만 막막함도 준다. 현실이라는 장벽 앞에 ‘도전해 볼까?’, ‘포기할까?’를 고민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딜레마다. 여기에 대학시절의 로망이자 색다른 도전인 ‘대학가요제’를 위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연습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다. 작년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곡으로 이슈를 일으켰던 그룹 ‘Ex’처럼, 제2의 그들을 꿈꾸면서 ‘나에게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보자. 

 

내가 키우던 소중한 상추 지난 8월 22일(화), 전국의 190여팀 중 39팀만이 통과한 ‘2006 MBC 대학가요제’의 1차 예선 통과자가 발표됐다. 우리대학교 학생 6명으로 구성된 ‘마이레튜스(My Lettuce)’도 그 주인공들 중 하나다. 리더인 전일주씨(사회·00)는“집 안에 소박하게 심어 논 상추처럼, 작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무언가를 잊지 않고 사랑하자는 의미다.”며 팀명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리가 작사, 작곡한 『달리다 잠들다』는 팀원 6명이 함께 고민해서 만들었다”며 처음에는 각자의 의견이 달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완성된 곡에 우리 모두가 만족했다고. 대학 시절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무언가를 위해 열정적으로 달리다가 현실의 벽 앞에 어떤 때는 지쳐 잠들곤 하는 시기일 것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모습을 노래에 담고자 노력한 흔적이 가사에서 엿보였다. 그렇지만 잠시 잠들었다가도 다시 일어나 열심히 달려보는 것, 그것이 대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가 아닐까? 취재 할 당시에 이들은 2차 예선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팀들에 비해 연습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각자 맡은 부분은 어느 프로들 못지않게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각자 졸업 예정, 학업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매일 합주실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람들 간의 끈끈한 우애’를 꼽았다. 1차 예선에서도 함께 음악하고 있는 즐거운 모습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다가갔다고 한다. 음악은 내게 세상을 보여주는 통로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이들은 “지금의 도전이 비록 실패로 끝날지라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도전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뿌듯하게 여겼다. 최유민씨(문정·04)는“대학가요제는 단지 가수가 되기 위한 ‘음악고시생’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세상과 만나는 즐거움을 지키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아마추어의 가치가 점점 퇴색해져 가고 있는 대학가요제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취재 후 며칠 뒤 발표된 본선진출자 명단에서 마이레튜스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 기자가 첫 관객이라며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도전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실패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세상의 중심에서 열정을 불태우다 - 그룹 '마이레튜스'가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윤영필 기자 holinnam@yonsei.ac.kr
공자가 약관(弱冠)이라며 뜻을 세우는 나이라고 명명한 20대. 이때야 말로 실패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뭐든지 부딪혀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평소에 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있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지금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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