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백9일 동안 지루하게 계속되던 총학생회의 본관 점거 농성이 드디어 지난 7월 15일 끝이 났다. 이번 사태는 새로운 기록과 선례를 남겼다. 연세 역사상 최장기간 본관 점거였다는 것이 새로운 기록이겠고, 등록금 투쟁 때마다 관행처럼 되풀이되던 등록금 요율 조정과 소위 합의서 없이 총학생회가 학교측 제안을 받아들여 점거 농성을 풀었다는 것이 새로운 선례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번 사태가 대화를 통해서 원만히 수습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학교 본부와 총학생회가 신뢰 관계를 회복해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 본부가 성의를 보여야 한다. 등록금 대폭 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서 학교측은 12% 인상이 불가피했던 사정을 알리고 학생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수의 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들이라고 해서 불만이 없어서 침묵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교의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명확히 밝혀 학생들의 이해를 구하고 학교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과제다. 장학기금의 지속적 확충, 근로장학금 인상, 학자금 융자 2학기분의 이자를 학교가 부담하기로 한 것 등의 합의사항은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고, 학사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려는 겸허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총학생회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래의 투쟁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념 투쟁 일변도의 학생운동은 이제 일반 학생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이 분명해진 이상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학사제도 개선과 복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총학생회가 주도적으로 건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교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보장을 학교측에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함께 겪었던 이번 시련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 연세의 교육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학교와 총학생회가 그동안의 갈등과 불신을 접고 상호 존중과 신뢰의 바탕 위에서 우리 대학사회의 모범이 될 만한 새로운 협조관계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