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윤정 취재2부장
6월의 뜨거웠던 월드컵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 붉은 악마. 그들 사이에는 붉게 빛나는 진주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 바로 ‘월드컵 소녀들’이다. 30만 붉은 악마 중에 단연 돋보였던 그녀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아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7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그 바통을 이어 받아 또 한 번 ‘미녀 열풍’이 불고 있다.

성의 상품화, 여성상의 왜곡이라는 비난으로 겪은 내부적 진통 때문일까, 언론계 진출의 보증수표라는 관습적 위상 때문일까. ‘2006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지역 예선인 ‘미스 서울 선발대회’에서는 우리대학교를 포함해 서울대, 카이스트 등 소위 명문대 여학생들이 많이 참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진한 화장을 한 미녀들이 ‘참가번호’ 순으로 바뀔 때마다, 화면 아래 출신 학교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 대회를 주관하는 뷰티파트너스의 윤순환 대표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제기돼왔던 비난을 개선하기 위해 외모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지양했고, 출신학교를 고려하지 않았음에도 명문대 출신들이 다수 선발된 것은 이 같은 선발취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이 같은 말은 과장된 억측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예선에서는 지성미를 테스트한다는 명목으로 OX퀴즈나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동심테스트'에서는 정신지체아동들과 함께 하는 재활수영, 그림치료 등이 이뤄졌으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기투표가 중요한 평가지표로 작용했다. 지성미 테스트라고 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상상한 것은 너무 큰 기대였을까. 이 테스트는 질문과 답변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질적으로 뛰어나거나, 다른 테스트들에 비해 중요성이 두드러졌던 평가 항목은 아니었다. 단지 건강미 테스트, 스타일 테스트 등과 동일하게 적용된 하나의 관문일 뿐이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는 ‘아찔한 수영복을 입은 명문대생’의 사진들만 떠돌고 있으니, ‘외모지상주의’에 ‘학벌지상주의’가 추가됐을 뿐이다.

싸이판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수영복을 입고 풀장에서 상대를 밀어내는 게임을 하는 것으로 건강미를 평가할 수 있는가? 드레스를 입고 곱게 서서 형식적인 답변을 하는 것으로 지성미를 판단할 수 있는가? 반나절 동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식적인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 진정 우리가 기대하는 아름다움인가? 이 대회는 진정한 ‘미’에 대한 기준을 세울 능력도 없으며, ‘미’를 평가할 권리도 없다. 잘못된 미의 기준에서 출발했고 개선의 여지도 없다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퇴보의 길 밖에 없다면 멈추라는 말이다.

이제 8월이 되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본선이 치러지고 본격적인 ‘미의 향연’이 이어진다. 또 한 번 규정지어진 여성의 틀에 갇힌 채 함박웃음만 지을 ‘예쁘기만 한’ 여성들을 생각하니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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