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논란 속 고구려 열풍 불어

기획의도

최근 『주몽』,『연개소문』등과 같이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고구려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고구려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극에서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사례들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지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세춘추

“요즘 주몽이랑 연개소문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라는 윤다혜씨(인문계열·05)의 말처럼 안방극장에서 대하사극의 인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MBC의 대하사극 『주몽』은 4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으며 SBS의 『연개소문』 역시 뜨거운 관심 속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점점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 주몽부터 연개소문까지. 최근 고구려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이 두 드라마의 인기요인을 살펴보면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화려한 볼거리, 고증을 통한 역사 재현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그다지 다뤄지지 않았던 고구려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주몽』은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생애를 통해 고구려의 건국과정을, 『연개소문』은 당태종 이세민을 무릎 꿇게 할 만큼 강했던 고구려의 전성기를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9월에 방송예정인 KBS의 『대조영』까지 가세하면 시청자로서는 그야말로 고구려의 건국과 전성기, 그리고 멸망까지의 과정을 풀코스로 맛볼 수 있는 셈이 된다. 이 밖에도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바람의 나라』가 선보일 예정이며, 출판계에서도 다양한 고구려 관련 도서들이 출간되고 있다. 

다시 보는 고구려사

그렇다면 이렇게 고구려 역사가 뜨겁게 재조명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 역사에서 고구려가 지니는 의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구려 연구재단의 연구위원 김현숙씨는 “우리 역사상 동아시아 외교를 좌지우지 했던 적은 고구려 때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구려 역사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고구려는 고조선과 부여를 계승하는 국가로서 이 모두를 우리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고구려는 신라나 백제에 비해 연구가 미비했다. 유물의 분포가 북쪽에 편중돼 있어 고고학 자료 발굴이 힘들었고 사람들의 관심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2년에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잠들어 있던 고구려사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요즘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대하사극이 줄지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동북공정과 맥을 같이 한다.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측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측 방송 관계자들 역시 고구려사를 다룬 드라마가 일제히 제작되고 있는 것에 대해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 정부차원의 대응이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고구려 열풍이 불게 된 원인, 동북공정이란 무엇인가?

중국의 총체적 국가전략, 동북공정

‘동북공정’은 ‘동북 변강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일련의 연구 사업’의 약칭으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1800만 위안(약 27억원)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중국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이다. 1980년대 이후 중국정부는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를 내세우며 소수 민족 정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각기 다른 역사를 지닌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돼있어 한 민족이라도  이탈하면 나라 전체가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중국 정부는 소수 민족을 통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이후에 조선족과 한국인들의 교류가 잦아지고 조선족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몰리자 중국은 조선족이 한국에 흡수되지는 않을까하는 극도의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 지난 1995년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남한의 북한흡수통일이 공론화되자 국경과 영토 분쟁에 대해서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형세 변화가 중국 동북 변경의 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 등을 계속하다 결국 지난 2002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동북공정의 목적에 대해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고광의씨는 “남북한에서 한국사라 주장하는 논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한국사가 중국사의 일부임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응논리를 조선족 사회에 주입시켜 그들의 민족 정체성의 혼란을 예방하는 동시에 중화민족 논리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한편 향후 남북통일이 중국 동북사회 혹은 조선족 사회에 미칠지도 모르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거기에 미리 대처하고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동북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것은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소수민족 문제의 돌출과 확대를 차단함으로써 중국의 ‘국민적 통합’과 ‘영토적 통합’을 확고히 하여 국가적 안정을 꾀하려는 거시적인 정책 틀과도 직결된 것이다. 더불어 동북공정을 통해 향후 한반도 정세변화 및 그에 수반될 동북아 국제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위상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고 연구위원은 “동북공정은 중국이 현재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술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정치적 목적의 사업”이라며 학문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이성적인 관심으로

동북공정을 통해 준비된 향후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한 중국의 예측과 대비책은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적 대응책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그나마 여러 매체를 통해 고구려에 대한 관심만 높아진 상황이다. 물론 고구려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은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라는 점을 상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를 접할 때 동북공정에 대한 반발로 인해 ‘중국 타도’라는 식의 배타적이고 감정적인 민족주의를 갖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고구려. 오랫동안 잊혀져 왔던 이름이지만, 엄연한 우리의 역사이다. 최근 불고 있는 고구려 열풍이 진정한 우리 역사 찾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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