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비밀의 화원, 박물관을 찾아가다
장마가 끝나면 곧 시작될 한여름 피서철. 남들은 산으로, 바다로를 외치겠지만 일상 속에서 나만의 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가까우면서도 다른 세계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지금까지의 것 이외의 장르를 원한다면 주변의 미술관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지. 우리를 부르는 미술관의 손길을 잡아보자.
최근에는 영국 3대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명으로 꼽히는 존 버닝햄 40주년 특별전 ‘나의 그림책 이야기’가 전시 중이다. 오는 9월 3일까지 여름방학 특별전으로 준비된 이번 기획은 작가의 애틋한 이야기가 애니매이션, 도서, 나무무늬 카펫 등의 소품, 회화, 일러스트 등과 어울려 관람객을 환상 속에 빠지게 한다. 인턴 큐레이터 박영민 씨는 “정신적으로 다섯 살 때 성장을 멈췄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그림과 시선에는 순수함과 재치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아침 10시~저녁 6시에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어 보자.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북촌지역’에 위치 한 북촌미술관은 인사동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곳 역시 넓지 않은 도로변에 위치하여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언뜻 지나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미술관은 ‘한중일 초상화 대전’, ‘중국명품유물전’, ‘한중 현대미술 특별전’ 등 그동안 아시아, 특히 중국과 관련된 전시가 많았던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반쪽이’ 최정현의 ‘고물 자연사 박물관전’이 전시되고 있는데 이 역시 여름방학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됐다. 작가 최정현의 이번 작품들은 모두 폐기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가진다. 못 쓰는 물건에 가치를 부여해 예술품으로 빚어낸 그의 능력에 관람객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교실 두 개 정도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작품들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거미와 거미줄 작품이 깜짝 놀라게 한다. 또 한쪽 끝에는 폐숟가락으로 만든 플라멩고들도 무리를 지고 있다. 이처럼 구석구석에도 빠짐없이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오는 9월 24일까지 아침 10시~저녁 6시에 방문할 수 있다.
건물 지붕 위에 조나단 브롭스키가 만든 ‘걷는 사람’ 조각으로 더 유명한 국제갤러리는 경복궁 옆 조용한 소격동 길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82년 개관한 이후 안젤름 키퍼, 요셉 보이스 등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해 왔다. 또한 한국 작가들의 해외홍보에도 힘을 써 많은 국내 작가들이 베니스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에도 참여하고 해외 미술관 전시에도 초청을 받게 하는 성과를 이뤄 내기도 했다.
오는 30일까지 이곳 벽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의 작품이 걸린다. 우리대학교 동문이기도 한 그의 이번 전시에서는 배경없이 조선시대 백자 한 두 점만을 근접 촬영해 그 질감까지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백자의 미학을 재해석하면서 한국미술의 중요한 요소인 ‘빈 공간’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도자기 이상의 혼을 가진 용기(容器)로서 보여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토요일은 아침 10시~저녁 6시, 일요일은 아침 10시~낮 5시까지 오픈되며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