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호 사진부장
2월 예비대학,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3월 학생총회, 본관점거, 4월 자전거 행진, 재단이사회 항의 방문 사건, 이번 학기 총학생회가 등록금 및 송도캠퍼스 유치를 둘러싼 일로 학교와 다툼을 벌였던 주요사건들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왼쪽 어깨에 사다리 매고 뛰었던 본관점거, 목에 카메라 걸고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젖먹던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던 4·14 자전거 행진, 이제는 학교 측과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정말 급박했던 재단이사회 항의 방문 취재까지, 항상 현장엔 수염 덥수룩한 사진기자의 카메라가 번뜩였다.

하지만 5월의 끝자락에서, 학기 초의 뜨거웠던 교육투쟁의 열기가 식어가는 느낌이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본관점거의 부적절성에 관한 내용들이 들려온다.

현재 총학생회의 본관점거는 실질적인 교육투쟁의 진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서 존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총학생회의 생각에 동의를 하는 여론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현재 본관점거가 계속되고 있는 사실 자체에 대해 관심조차 없으며, 학교 측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메일을 발송했지만 실제 본관점거가 학교 측에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 물론 본관의 공간이 학생들의 조모임, 시험기간 공부 장소 등 그 나름대로 활용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투쟁 속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본관점거와 같은 소모적인 투쟁방식에 대해 불만이 많다. 지난 학생총회 때 등록금 인하를 위해 수업까지 빠지며 펄럭이는 깃발과 함께 자리를 메웠던 후배들의 상기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때의 그들조차도 학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본관점거에 회의적이다.

생각건대 대다수의 학생들이 지지한다면 교육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형식적인 투쟁방식은 반대한다. 총학생회는 대표로써 학생들이 힘을 모아주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특정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이 이뤄 지지 않으면 학생들은 그들의 대표를 서서히 외면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 총학생회는 그런 일련의 결과로써 본관점거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더 안타까운 건 많은 학생들이 본관점거를 그 결과로 생각하지 않고, 이제는 원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다음 학기 연세춘추에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투쟁과 관련한 기사가 실리길 기대해 본다. 특정 학생들의 여론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연세인의 많은 목소리를 받아들이며, 그들이 원하는 적재적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생산적인 방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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