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진 (사회학·00)
‘케빈-베이컨의 법칙’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간단히 말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획기적인 법칙입니다. ‘정말 그럴까?’하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겠지만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증명이 되었고, 놀랍게도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님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4.3단계 만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처음 보는 학생도 조금만 단서를 찾아서 추적해본다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생에게 이 법칙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맥의 힘이 우리를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지인(知人) 연결망 위에서 우리는 하나의 점(Node)으로 존재하며, 그 연결선(Link)을 타고 정보의 흐름과 자원의 분배가 이뤄집니다. 지금부터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잘 유지하여 어떻게 친구를 만드는 지는 사회의 축소판인 대학에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장차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약간 추상적이었다면 저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여러분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보겠습니다. 저는 2004년 Gerd Leipold 그린피스 사무총장님을 대구에서 열린 세계솔라시티총회에서 한국사무국 스탭으로 일을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환경과 NGO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었는데, 기자 인터뷰에 통역을 도와드리며 친분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1주일의 행사 기간 동안 함께 다니며 식사도 하고, 환경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분에게 있어 저는 한명의 아는 사람에 불과했겠지만, 진심으로 다가가는 자세와 학생으로서의 열정이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았습니다. 헤어지기 전 명함을 주시며 ‘언제든 도울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하셨고, 저는 꼭 그렇게 하리라 답해드렸습니다. 그 후 2005년 연세리더십센터 동북아시아네트워크(NEAN) 행사를 준비하며 환경분야 연사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때, 연락을 드려 도움을 청한 끝에 결국 UN 아태경제사회위원회의 정래권 환경국장님을 모실 수 있었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외에도 한국 테디베어박물관 김정수 회장, 주한유럽연합(EU) Dorian Prince 대사, 손범수 아나운서, CNN 서울지국 손지애 국장 같은 분들에게도 이렇게 구체적인 도움을 받아왔으며 지금까지도 친분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갖게 되는 순수한 호기심과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 그리고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들은 사실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 직접 경험하고, 준비해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것은 지금 여러분이 대학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조모임 및 동아리에서 마주치는 온갖 상황을 통해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바로 끊임없는 도전의 기회입니다. 물론 그 도전을 의미있게 만들고, 정교하게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과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십시오. 그 다음으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장·단기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십시오. 아마도 그 설계에는 ‘아는 사람 네트워크의 힘’이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그 연결망으로부터 기대하지 못했던 강력한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간단한 신상정보가 담긴 명함부터 하나 마련하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십시오. 생각보다 많은 점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인맥관리의 첫 출발은 바로 거기서부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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