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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문화 속 오해 씻고 현실로 나오다
  • 김혜미 기자
  • 승인 2006.05.29 00:00
  • 호수 1544
  • 댓글 0

▲ 오는 6월 11일까지 계속되는 제7회 퀴어문화축제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나 너 사랑해도 되냐? 이 말하면 넌 싫어하겠지만… 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했다. 나 너 사랑해도 되냐?”

로맨틱한 대사, 어느 멜로 영화에서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이 슬픈 대사는 몇 년 전 잠시 동안의 개봉으로 파장을 몰고왔던 『로드 무비』의 대식(황정민)이 석원(정찬)에게 남긴 말이다. 이처럼 동성애는 주로 영화의 소재로 쓰여 우리에게 알려졌다. 지금까지 『해피 투게더』, 『번지점프를 하다』등 간헐적으로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그 명맥을 이어왔고 최근 『왕의 남자』, 『브로크 백 마운틴』 등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으며 상영됐다. 또한 모 통신사 회사의 커플요금제 광고에 동성커플이 등장하는 장면이 공중파에 방영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요즘 각종 매체에서 심심찮게 동성애자(아래 퀴어, 즉 이성애 제도에서 소외된 성적 소수자들)를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퀴어를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차차 퀴어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퀴어의 존재를 영화 속 이야기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지인양(불문·05)은 “나한테 퀴어로부터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없으면 상관없다. 하지만 퀴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해 사실상 동성애자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의 깊이는 전에 비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또한 퀴어를 ‘선정적’으로 보는 이른바 성에 국한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보고 단지 성적지향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학내 퀴어의 존재 및 활동의 어려움

이렇게 아직 인식의 수준은 얕지만 우리대학교 내에도 퀴어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1995년 4월부터 시작된 성소수자 공동체 ‘컴투게더’ (http://www.queeryonsei.net)가 바로 그들의 모임이다. 컴투게더는 약 30여명의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 정체성을 찾는 것을 돕고 있다. 그들은 대외적으로 인권단체와 연합해 청소년 인권 캠프 등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퀴어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한 책『커밍아웃』의 개정작업을 펼치고 있다. “다음 학기에는 이성애자들이 퀴어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웹진을 창간할 예정”이라고 회장 Berdache(온라인 커뮤니티 닉네임)군은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학내활동에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공식적으로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언급할 분위기 조성이 미비한 것이다. 서울대는 인권문제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화두를 꺼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데 반해 우리대학교는 비공식적인 활동만 가능한 실정이다. 서울대의 ‘큐이즈’, 고려대의 ‘사람과 사람’, 이화여대의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등이 인권적인 측면을 고려한 학교 측의 배려로 공식 동아리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로 11년을 맞이한 컴투게더는 여전히 비공식 동아리다.
중앙동아리가 되려면 가등록 및 신규등록 과정에서 동아리 대표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과 동아리 회원 명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회원들의 아웃팅(외부에 의한 강제적인 커밍아웃)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사실 동아리연합회(아래 동연) 측에 의사 타진도 못해 본 상태”라며 Berdache군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동연 회장 안인주군(경제·04)은 “동아리 연합회에서 내부적으로 잘못된 회칙은 개정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컴투게더에서 의견이 전달된다면 집행부 회의를 거쳐서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배려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종전에는 한밤 중에 몰래 현수막을 걸거나 포스터를 한 두 장 정도 붙이는 형태로 활동을 했던 컴투게더는 지난 24일~27일 총여학생회(아래 총여)가 주관한 문화제의 일환으로 자보전을 개최했다. 중앙도서관 앞 민주광장에 퀴어에 대한 오해를 푸는 내용의 게시물을 내걸었다. 총여는 학내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내규가 ‘성 평등 자치규약’으로 변화하면서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적 발언을 삼가는 것도 조항에 포함시킨 것이 그 일례다. 총여학생회장 류김지영양(사회·04)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으나 앞으로도 컴투게더와 함께 성소수자 문제를 위해 활동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퀴어문화축제

대학 바깥의 사회에서도 퀴어들의 존재를 알리고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에 참여했다는 회장 Berdache군은 “축제 주최 측에서 준비해준 가면도 벗어 놓고 길거리를 행진하면서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자기긍정과 해방감을 얻었다”며 퀴어 축제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올해에도 ‘제7회 퀴어문화축제’가 온라인 상(http://www.kcqf.org)에서는 이미 열리고 있다. 온라인 페스티벌은 ‘해피갤러리’, ‘이유있는 상상’ 등을 통해 멀리 지방의 퀴어까지 폭넓은 참여를 돕기 위한 것이다. 30일(화)부터 종로와 홍대 앞 등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6월 2일(금) 태국의 인권 운동가 방콕국립대 더글라스 샌더스 교수의 ‘인권: 유엔과 아시아국가 법정에서의 투쟁’ 초청 강연회를 비롯해서 특히 6일부터 시작되는 영화제 행사에는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비롯한 약 10편의 동성애 영화가 상영되는 이 행사를 통해 친근하게 퀴어문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6월 11일에 종로 등 서울 중심부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를 통해 퀴어를 직접 만나보는 기회도 열려있다.
곳곳에서 퀴어축제가 소규모로 열리고 각종 문화 현상에 퀴어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과 유리되고 왜곡된 이미지를 씌워 퀴어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토대로 퀴어에 관해 함부로 말하기보다는 퀴어의 입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킨제이 보고서를 통해서는 인간 중 10%가, 그리고 그 외의 통계조사를 바탕으로 평균 백명 중 2,3명이 퀴어라고 알려졌다. 이 사회 속에 분명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용적인 넓은 태도를 가질 때다.

김혜미 기자  lovelyh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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