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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권익신장의 걸림돌, '여풍'보도여성상위시대의 허구를 말한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06.05.29 00: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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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을 통해 ‘남성의 시대가 가고 여성상위시대가 왔다’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연일 여성 CEO가 언론에 보도되고 서울시장 후보에 최초로 여성이 올랐으며,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가 탄생했다. 또한 여성 취업률이 70%를 넘었으며 각종 국가고시와 각군 사관학교의 수석을 여성이 차지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소식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진짜 ‘여풍’이 불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통계 수치들과 언론의 보도들만으로 진정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 /일러스트 조영현

언론의 ‘여풍’ = ‘요란한 빈 수레’

유엔개발계획(UNDP)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 ure, 아래 GEM)를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이것은 한 국가에서 여성의 정치경제활동과 정치과정에서의 참여도를 측정해 고위직에서의 남녀평등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총 70개국 중 63위라는 최하위의 순위를 기록했다. 나임윤경 교수(문과대·성인교육학/문화학협동과정)는 이에 대해 “GEM은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실질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는데, 그나마도 우리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여성상위시대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도 흑인이나 아시아계 인종이 고위직에 올랐다고 해서 백인의 시대가 끝났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여풍이 불고 있으므로 남성 시대가 갔다고 말하는 것은 기득권 중심 이데올로기가 드러난 억설”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에게 불친절한 기업

실제로 한명숙, 박근혜, 강금실 등으로 대표되는 여성 정치인으로 인해 여성이 정계에도 많이 진출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질적으로 이번 17대 국회의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로 세계 1백87개국 중 74위에 머물러 있다. 정계의 사정과 마찬가지로 기업 내 여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갈수록 늘어나 여성의 취업률이 전체의 60%를 넘었다고 해도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70%가 여성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취업이 돼도 저임금, 단순반복직, 하위직에 머무르고 일용제, 시간제, 임시직 등 전반적으로 열악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환경에 처해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여자가 회사에 가서 몇 년이나 있을 수 있겠냐’고 자주 말씀하신다”며 “이러한 이유로 우수한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시에 많이 응하는 것 같다”는 채유영양(사회계열·05)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기업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불리한 환경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임원직에서의 여성의 비율이다. 특히 핵심적인 의사결정의 위치에 있는 여성 임원의 비율이 1%에 지나지 않는 것은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즉, 여성의 작업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여성이 적게 배치돼 있음으로 인해 근무 여건이 보다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작게 된다. 단적인 예로 아이가 있는 여성의 경우 모유 수유를 하려면 수유실에서 유축을 한 후 젖병에 보관해야 하는데, 수유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모유를 짜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것은 아이 있는 여성을 임원직에서 고려할 줄 몰랐기 때문에 생긴 웃지못할 상황인 것이다. “일에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서 엄마로서 자녀 양육에는 실패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취업준비생 한아무개양(24)의 말은 취업을 앞둔 여성이 이 두 분야에서 ‘슈퍼우먼’이 돼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양육이 여성의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직업을 가진 여성은 회사일과 동시에 보육을 담당해야 하므로 남성에 비해 많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여성을 위한 제도적 배려의 미비로 인해 기혼 여성의 첫 출산 이후 취업률은 25%로서 심각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업무 외 부담이 많은 여성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여성의 맥락을 이해하는 여성 임원의 비율이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하여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위치에서 능력을 펼쳐나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여성과 남성 모두 한국의 여러 사회 구조가 평등하게 되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기업에서 직장 내 보육 시설과 출산 휴가제를 확실히 보장해 아이 가진 여성의 양육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만 해도 기혼 여성이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많이 감소하게 된다. 이것은 곧 여성들의 안정적인 고용 환경으로 이어져 임원직 승진에 있어서 기혼 여성에 대한 조기 퇴직 압력 등의 차별도 없어질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언론에서 여성에 대한 보도를 굉장히 부풀려서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언론 보도들에 대해 “수석 졸업, 합격이라는 보도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으며 뉴스가 여성의 모습을 단순한 흥미거리로 다루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사무국장은 “언론은 현상 보도에만 그치지 말고 그 여성의 향후 활동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춰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며 “이런 식의 표면적인 보도들은 마치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언론의 보도 행태가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 잔존해 있는 기업 내 성차별 현상 등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은폐해버리는 것을 우려했다. 앞으로의 언론은 몇몇 제한된 영역에서의 여성 파워를 두고 기사를 써나갈 것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여성 문제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지은 기자 superjlee2005@yonsei.ac.kr

이지은 기자  superjlee200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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