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학생사회의 모습은 등록금 투쟁에서도 잘 드러난다. 해마다 눈덩이같이 불어나는 등록금으로 집안 사정이 걱정되는 것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겠지만, 실제 총학에서 현재 벌이고 있는 등록금 투쟁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이는 무척 드물다. 지난 4월 14일 신촌캠와 원주캠 학생들이 모여 벌인 연세빌딩까지의 자전거 행진 시위에서 총학 측이 3백대의 자전거를 준비했으나, 2만8천여명의 연세인 중 이마저도 모이지 않아 자전거가 남더라는 후문은 이를 쉽게 증명해준다.
새로운 변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하기보다 하루빨리 적응해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는 대학 사회의 분위기. ‘낙오’에 대한 공포가 과거 우리의 경쟁식 교육과정에서 온 것인지, ‘청년실업 50만 시대’라는 미래의 자화상에서 온 것인지는 명확히 분간하기 힘들지만, 이를 통해 형성된 대학사회의 침묵과 무기력증 속에서 기자로서 ‘여론’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제도에 대한 비판을 기자가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혼자 문제점을 느끼고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낙오’에 대한 공포로 공허해진 대학. 취재가 아닌, 마치 파편화된 개개인 중 내 생각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 기사 취재를 위해 학생들을 향한 내 질문엔 오늘도 여전히 대답이 없다.
정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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