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가 지난 지금, 총학의 활동을 둘러보다

학내 상황의 전개가 기존의 ‘학교를 향한 학생들의 투쟁’에서 이제는 ‘학교와 총학간의 대립’이 되고 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 통보와 인천시와의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관련 양해각서 체결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총학의 본관점거로 이어졌다. 이러한 갈등은 학생들의 교육투쟁에 대한 학교 측의 외면과 무시, 총학의 이사회 항의방문, 전교생에게 보내는 총장의 이메일, 총학의 대자보시위로 구체화돼 학교 측과 총학의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총학의 본관 점거가 두 달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학교와 총학 사이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운동권’ 총학, 뭔가 다르다?

현재의 총학은 지난해 총학이었던 ‘탈정치 작은 총학, 니가 필요해’와는 상반되는 소위 ‘운동권’ 총학으로 유세 때부터 자신들이 한총련 계열임을 밝혀왔다. “운동권 총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위한 복지정책 면에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김지민양(심리·05)의 말처럼 당선 초기부터 우려와 기대를 함께 받았다.

이번 총학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 한·미 FTA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현수막과 대자보를 백양로에 게시하는 등 학내 사안뿐만 아니라 사회적 사안에도 관심을 가지고 의사를 표명해왔다. 또한 정부의 교육재정 확보 등의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타 대학교와의 연대를 통해 교육투쟁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내 사안에 있어 ‘3·23학생총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도 지난 총학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이번 총학이 기존의 운동권 총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총학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학내 사안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06학번 글쓰기 독후감 과제 성적반영·재수강제도와 같은 문제부터 학교 의사결정 방식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 등의 학내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운동권 총학과는 차별화됐다고 할 수 있다.

장기화되는 본관점거, 해결책은 어디에?

총학은 선거 당시, ‘등록금 5% 인하’를 비롯한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많은 학생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하지만 학교 측은 등록금 12% 인상을 통보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총학과 학교 간의 대립이 시작됐다. 그 후 총학은 등록금 문제뿐 아니라 △송도캠퍼스 계획 추진 △재수강 제도 개편 △월경 공결제 도입 등 17개 사안에 대해 학교 측에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으나 학교 측은 대부분의 사안에서 총학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총학은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본관점거 장기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총학이 본관 점거 외에 문제해결을 위한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학교 측은 전교생에게 즉각 본관 점거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 대립만 심화된 상태다. 또한 최근 학교 측이 송도캠 토지공급 계약마저 총학의 의사수렴 없이 체결한 이후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본관 점거가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창립기념일을 넘기면서까지 길게 진행됐던 적은 없다. 장기화된 본관 점거와 관련해 총학생회장 이성호군(사회·02)은 “본관 점거는 최고의결기구인 총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학교 측의 성실한 답변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본관 점거를 철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유례없는 본관 점거 장기화가 계속되면서 그에 따른 학생들의 여론도 나뉘고 있다. 총학을 지지하며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본관 점거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학생들이 있는 한편, “더 이상 본관 점거 장기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며 “본관 점거가 오히려 학교와의 대립을 심화시켜 문제해결을 지연시키는 것 같다”고 말하는 채민경양(사회과학계열·06)의 말처럼 총학의 행동을 비판하는 학생들도 있다.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총학이 학내 사안의 해결방식에 있어 본관 점거 등의 극단적 방법을 취하는 것은 총학이 가지는 한계이자 학내 문제 해결 방식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에 대해 이군은 “학교는 학생과 함께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교정책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말하며 학내 의사결정 방식의 과정에서 더 큰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총학은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어 많은 학생들의 기대를 안고 탄생했다. 하지만 총학은 당선 이후 한 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이것을 단순히 학교의 책임으로 몰기에는 무리가 있다.
총학은 본관점거 그 자체에만 집중해 계속 제자리에 머물며 시간만 허비하는 방식의 투쟁을 해서는 학생들의 총학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하루빨리 문제해결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학교 의사결정구조 개선을 위해 학교 측을 향해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협상의 태도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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