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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빼앗긴 땅, 평택에 가다
  • 양재영 기자
  • 승인 2006.05.22 00: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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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평택시 대추리와 도두리에 군과 경찰병력 1만5천명이 강제철거에 투입됐다.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많은 학생들과 대추리 주민들이 경찰 병력과의 충돌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했다. 그후 본격적으로 평택 주민들과 그들을 돕는 각종 시민단체들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면서 평택 사건은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평택 대추리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들어가는 입구는 전경들이 모두 봉쇄하고 있어서 외부인들의 출입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마을은 전경들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안의 논들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 마을 주민은 철조망 때문에 반으로 나눠진 논을 보고 “마치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 같지 않느냐”며 “농민들에게는 논이 자식이나 다름없는데 저들은 그것을 몰라준다”며 울분을 토했다.

정부와 주민의 갈등, 대화의 부재가 원인


평택에서 미군기지를 둘러싸고 주민들과 정부가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이동윤 상임연구원(동아시아 국제관계)는 “정부와 주민들 상호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서 정부가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국가의 시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다면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대추리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일방적으로 국가가 나가라고 하는 데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주민과 정부의 갈등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나 보상 문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의회에 법안이 통과돼 평택에 미군기지가 이전되기로 확정이 됐기 때문에 기지 이전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FTA 협상 조건 중 하나가 평택 미군기지 이전이고, 미국과 우리나라 간의 협상이 성립된 것이므로 지금 상황에서는 평택주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보상문제 또한 특별법을 제정해 그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고, 여러 번의 공청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대추리의 한 주민은 보상이 보도된 바와 달리 현실과 괴리돼있다고 말하며 “땅을 팔아도 이곳의 3평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1평밖에 살 수 없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서 살라는 소리냐”며 보상 수준의 부적절함을 토로했다. 또한 대추리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의 시위를 돕고 있는 류형종씨(36)는 “주요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가 공청회를 1백번정도 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된 공청회는 2~3번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그나마도 찬성하는 사람들만 불러서 공청회를 열었다고 말해 주민 의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집행부 김수민군(교육?01)은 “이번 평택 사건에 있어서는 대추리에 사는 농민들의 생존권과 의견을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군은 “평택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공청회 등의 절차를 확실히 거쳐야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 미군기지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문제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도 문제다. 직접 만나본 평택 주민들은 보상보다도 자신이 힘들게 일군 땅에 대한 애틋함이 더 컸다. 그들은 자신의 터전인 논에서 정부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데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은 그들의 투쟁을 보상문제와만 연관해서 보도하며 마을 주민들을 보상을 더 받기 위해 투쟁을 하는 집단으로 묘사했다. 또한 일부 언론들은 5월 4일 주민과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경찰에서 보도자료로 내놓은 것대로, 경찰에서는 26명이 중상을 입고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측은 7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범대위 측은 2백명의 시민이 부상을 당했다며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충돌을 진압했는지 봤다면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없다고 언론의 보도를 비판했다.
평택 사건을 둘러싼 또 하나의 갈등은, 미군기지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대추리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의 입장은 힘들게 간척해서 얻은 땅을 미군기지라는 명목으로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주한미군이 다른 나라의 분쟁에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게 하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화의 일환으로서 시행되고 있어, 한반도의 평화에 부정적인 역할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국방부는 서울 한가운데 위치하던 용산기지 등의 기지 이전사업은 한?미간의 동맹관계를 강화시킴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대추리 주민들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로의 굳게 닫힌 빗장을 열 수 있는 것은 대화이다. 정부는 대추리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준비를 하고 그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또한 미군기지의 역할에 대해서 활발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양재영 기자  qpwodudqp@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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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던 논을 가로질러 두 동강내고, 수로를 판 뒤 접근하지 못하게 철조망을 친 평택의 논 /위정호 기자maksanno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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