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락의 무대 선보여

‘너무도 더웠던 나만의 여름, 그 갈증을 풀어준 건 바로 ‘소나기’였다’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대학교 최고 실력의 밴드, 소나기. 지난 19일 저녁 6시 30분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3회 정기공연은 그들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백주년기념관에는 대동제의 마지막을 소나기와 함께하려는 학생들이 모였다. 홍상은양(행정·06)은 “공간이 좁은 게 아쉬웠지만 보컬의 우렁찬 성량과 멋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공연을 관람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2학년 두 팀과 메인 한 팀으로 총 세 팀, 20곡의 무대가 펼쳐졌다.
Star Sailor의 「In The Cross Fire」로 공연의 서막을 연 2학년 첫 번째 팀의 무대. 노래가  계속 되고 보컬과 베이스의 멋진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관객들도 서서히 함께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담배가게 아가씨」를 부르는 중간에 갑자기 곡이 멈추자 관객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것은 학우들을 위한 깜짝쇼. 다른 곡을 끼워 부르면서 멤버 소개를 했다. 소나기답게 그들은 응원곡을 선택했다. 이러한 이벤트는 윤도현 밴드가 실제 공연 도중에 갑자기 곡을 멈추고 다른 곡을 끼워 부른 것과 흡사했다.
이어지는 두 번째 2학년 무대는 자작곡을 두 곡이나 선보여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자작곡을 많이 부르는 것이 지향점이라면 지향졈이라고 말하는 보컬 허도윤양(심리·05). 가사를 일요일 오후에 써서 제목을 「일요일 오후」라고 지었다는 말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독특한 밝은색 옷만큼이나 그들의 앞날에도 환한 빛이 감돌 것을 확신하는 듯 그들의 연주와 노래는 힘이 넘쳤다. “김한기(베이스) 잘생겼다~”라고 외치는 친구들의 장난어린 말에서, 앞자리에 앉은 소나기 선배들의 응원에서 그들의 열정을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 지난 19일(금)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소나기 공연모습 /유재동 기자 woodvil@yonsei.ac.kr
“빨리 끝내고 스타크래프트하러 가자”라며 장난스럽게 파이팅을 외친 메인팀. 파워풀한 드럼과 기타, 베이스 그리고 보컬과 키보드까지 그들은 메인팀답게 완벽한 화합을 만들어냈다. 일부 관객들은 무대 앞으로 뛰어나오기 시작하고 벽 그림자에 비친 그들의 열광적인 모습은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르는 보컬 채정희양(의류·04)의 목소리는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연 후 소감을 묻자 “4학년이지만 후배들과 함께 합주를 해서 마지막 대학생활이 뜻 깊겠다”고 말하는 메인팀 드럼 민선기군(컴퓨터과학·01). 다들 끝나서 시원하다면서도 메인팀 베이스 김지은양(경영·04)이 “이것저것 바쁘단 핑계로 정작 정기공연 대비에 생각만큼 신경을 많이 못써서 아쉽다”고 말하자 동료들은 “그래도 다같이 합주를 했다는 게 좋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학우들에게 소나기의 시원함을 안겨준 ‘소나기안(Sonagian)’들. 그리고 쏟아지는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열정의 땀흘림. 그들은 이순간 가장 행복한 뮤지션이었다.

그들의 첫 공연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말. 팀을 구성하고 공연 준비를 시작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연습이라기보다는 또다른 ‘음악 즐김’의 연속이었다. 4월 초부터 손을 맞추기 시작한 팀원들은 하루에 2시간 정도씩 연습을 했다. 써클룸은 한곳인데 팀은 셋이다 보니 때로는 저녁 늦게 연습을 시작해 밤 11시까지 계속됐다. 경비아저씨께서 그만 좀 가라고 하기도 했단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시간들이었지만 심적으로는 즐겁게 임했다.
음악을 듣거나 공연실황을 보면서 연습할 곡을 하나씩 ‘따기’ 시작한 소나기안들. “공연날 할 곡을 미리 정해 놓고 연습을 시작하지는 않아요. 여러 곡을 합주해보고 좋다고 생각되는 곡을 하나씩 정해가는 거죠”라고 말하는 회장 백진욱군(컴퓨터과학·04). 그들은 악보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자기 파트는 자기가 원곡을 듣고 재구성해 통째로 외워 버렸기 때문에 악보는 필요 없었다.

   
▲ 무대에서의 2시간을 위해, 그리고 가진 실력의 200%를 표현하기 위해 그들은 연습 또 연습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그들의 완벽한 하모니의 비법은 바로 충분한 의사소통에 있었다. 잘 안되는 부분은 반복해서 서로 맞춰가며 그들은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싸비(후렴)중에 여기가 좀 안 맞는데”, “그럼 여기 반박자를 더 넣자”, “내가 싸인을 주면 들어갚 , “그런데 나 너무 지저분하게 치지 않냐?” 이들의 완벽한 곡을 위한 노력은 A+였다. 곡의 전체 구성에 대한 의견, 서로의 파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작곡에 절정이 없어”, “브릿지도 안 만들었어”, “너 그렇게 하니까 밸런스가 좀 깨진다” 너무 많은 고민에 누군가가 갑자기 외쳤다. “쉬었다가 합시다!”
그들은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다음날에도 전날 무대에 선 피곤함을 잊은 채 연습에 매진했다. 공연이 다가옴에 따라 이젠 제법 진지해진 모습의 그들은 더욱 완벽해졌고 어느새 기자는 연주자들의 리듬과 박자에 함께 몰입하고 있었다. 팀원들은 그러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상대의 템포와 자신의 속도를 맞춰가며 공연날이 되기를 기다렸다.
“잘하고 싶은데 성에 안차니까 힘들어하는 팀원을 볼 때 선배로서, 회장으로서 저도 힘들죠”라고 말하는 백진욱군. 공연을 마친 지금, 그들이 보여준 완벽한 팀웍과 동료애는 그들이 실력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음악이 아닌 사람이 아닐까.   
멋진 공연을 선사해준 소나기의 대공연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이날 그들이 부른 노래처럼 ‘소나기가 우리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올 가을 우리의 가슴을 다시 한번 설레게 할 그들의 정기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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