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오늘(15일)은 25번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다. 학창시절 칠판 한가득 ‘선생님 사랑해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채워놓고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 드린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많은 학생들이 학창시절 존경했던 혹은 좋아했던 선생님들을 찾아 모교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부 인사를 드리기도 한다. “선생님, 저 아무개입니다”, “그래, 별일없지? 공부 열심히 하거라” 언제나 비슷한 시작과 끝이지만 항상 전화기를 놓을 때면 아련하게 가슴에 남는 잔잔함이 있다.

선생(先生) : 먼저 선(先), 날 생(生). 먼저 태어나서 그리고 먼저 많은 것을 경험했기에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바로 선생이다. 그리고 그것에 높임을 뜻하는 ‘님’이 붙어 존경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 바로 ‘선생님’인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이 없다. 단지 ‘교수님’만이 있을 뿐이다. 건물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강의실에서 질문을 할 때도 학생들은 교수님이라는 호칭으로 선생님을 부른다.

‘교수’라는 말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정식 교원을 일컫는 사회적인 직함이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교사’이듯 말이다. ‘교수’라는 직함은 대학에서 맡은 기능적 역할을 의미하기에 기능적인 의미에서의 ‘대학생’과 ‘직원’과 대비되는 호칭에 불과하다. 따라서 학생과 교수의 관계는 타자가 볼 때 가능한 것이지 학생에게 있어서 교수는 ‘선생님’인 것이다. 그리고 교수를 선생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학생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또한 그래야만 하는 것이 올바르다.

대학에 ‘교수님’만 있고 ‘선생님’이 없다는 것은 마치 우리 교육 현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학교 선생님들은 지식의 전수자로서만 존재해야 하고, 인격과 지혜의 감화자로서의 역할은 경시되는 시대, 강의 내용과 관계 없다면 모두 쓸데없는 이야기이며 시간 때우는 잔소리로 치부되는 현실, 그리고 마음 속의 교양과 여유보다는 치밀한 계산이 앞서야 되는 무한경쟁시대 논리의 복사판이 되어버린 대학 강의실. 대학교에는 ‘선생님’이 없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과연 학업과 관련된 것이든 아니든 자신이 수강한 과목 선생님의 연구실을 찾아가 본 적 있는 학생이 몇이나 있을까? 언제부턴가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들의 연구실은 마치 성역(聖域)인양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돼 버렸다. 그럴수록 학생과 선생님의 거리는 교수와 학생이라는 타자화된 거리만큼이나 멀어져 갔다. 이는 대학생들이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받아들임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신뢰감을 쌓아가면서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 역시 당신의 제자로부터 사회에서 듣는 교수라는 직함이 아니라 진정한 스승으로서의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대 무엇보다도 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선생님은 교사를 의미하니까 당신을 선생님이 아닌 교수님으로 불러라는 권위의식은 이미 오래 전에 폐기처분 됐으리라 생각한다. 선생이 단순히 학문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스승의 날을 시작으로 한 이번 주는 대동제 기간이다. 많은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축제인만큼 선생님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외쳐보자. “선생님, 휴강해 주세요~”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