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경영·04)

▲ /김민지(경영·04)
얼마 전 중간고사 시험 기간, 열람실 좌석 배정기 사용 방식이 한 줄 서기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앞사람의 속도가 느리면 운 나쁘게 그 줄에 섰던 사람들은 언제까지고 기다려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져 개인적으로는 좋은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샌가 한 줄 서기는 화장실, 공중 전화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보편화된 것 같다. 그 전에는 화장실에 가더라도 앞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옆 칸에 다시 줄을 서야 했고, 남들보다 먼저 들어가는 경우 기분 좋았던 적은 없어도, 앞사람이 남들은 다 나오는데 나오지 않고 있으면 신경질이 났던 경험은 다들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엔 존재하지 않던 규칙이 새로 만들어졌을 때 대다수의 사람이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한 줄 서기처럼, 교내에서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규칙이 하나 있다. ‘통로 주변에서 건물 가장자리로 흡연 장소 옮기기’이다. 흡연이 좋니 나쁘니 하고 따지는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기 위해서는 흡연 장소에 대한 타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로는 그 건물에 들어가거나 나오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건물에 들어가기 전, 혹은 잠시 나왔을 때 통로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잦다. 중도 문 앞과 계단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개인적으로 담배 냄새보다 더 싫어하는 건 공기 중에 날리는 하얀 담뱃재들이다. 코나 입을 막지 않으면 이 재들이 공기와 함께 폐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끔은 꽁초를 갈아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도 든다. 가을에는 낙엽과, 겨울에는 얼음 바람과, 봄에는 꽃가루와 함께 날리는 담뱃재들. 입구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숨부터 참아야 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모두들 비를 피하기 위해 문 주변에서만 담배를 피우는지라, 건물 안까지 비 냄새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퍼지곤 한다.
개인적으로 많은 수업을 듣는 상대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하다. 지하 1층 입구, 그리고 본관과 별관을 잇는 통로는 항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비흡연자들은 담배 냄새를 뚫고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꼭 한 번씩은 인상을 찌푸리게 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역시 무관심하지 않다면 그러한 시선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중도 한 켠, 자판기 주변 공간에는 얼마 전부터 차양이 있는 벤치가 하나 생겼다. 음료수를 마시며 쉬는 사람들에게도 좋지만, 중도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이젠 그 곳에 앉아서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되어, 통로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조금은 옮겨가겠구나 라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상대 역시 1층 문을 열고 가면 공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트인 공간이 있다. 한 층 더 올라가는 것이 귀찮더라도 쓰레기통도 설치되어 있고 한적한 이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어떨까? 상대뿐만이 아니라, 모든 단과대에는 담배를 피워도 다른 이에게 피해가 덜 갈만한 한적한 공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각 단과대 학생회에서도 이들을 위해, 비 오는 날에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그곳에 흡연자를 위한 그늘과 벤치를 하나씩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요 근래엔 비도 자주 내리고, 얼마 안 있으면 슬슬 장마도 시작될 것이다. 그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통로 외의 흡연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겨, 담배를 피우는 연세인이든 피우지 않는 연세인이든 모두 좀 더 밝은 얼굴로 다닐 수 있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