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경영의 귀재’로 평가받는 GE(General Electric)의 전 회장 잭 웰치. 그가 지난 1981년 처음으로 회장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한 대학의 나이든 교수였다. 잭 웰치는 노교수의 조언을 바탕으로 기업의 윤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계속된 구조조정을 통해 제너럴 일렉트릭을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렇다면 그가 찾아간 노교수는 누구였을까. 바로 작년 11월 타계한 피터 드러커(P. Drucker, 1906~2005)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그는 경영뿐만 아니라 사회학 등에도 큰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거성으로 우뚝 서기까지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드러커는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 경제공황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히틀러의 나치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는 공황과 파시즘 모두 ‘관리 능력의 부재’로 발생한 것임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에 대해 새롭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론 드러커 이전의 고전 경영학은 “경영의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라고 외치며 생산과정의 합리화를 통해 최대의 이윤을 얻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 경영학은 생산의 합리성과 효율성에만 주목할 뿐 노동자를 단순히 생산요소의 하나로 치부해, 노동자의 구체적인 관리방안이나 활용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드러커는 이러한 기존의 경영학에 반대하면서 기업은 이윤 추구와 등치되는 것이 아니라, 영리 추구와 관계없이 이해될 수 있는 존재로 새롭게 정의 내렸다. 물론 그가 이윤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이윤 추구는 손실 회피와 수입 증대를 위한 지도 원리로써 미래의 기업이 존속되기 위한 필요비용일 뿐 전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아니었다.

더불어 드러커는 기업의 노동자의 ‘관리와 활용’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는 생산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자산이다. 특히 드러커는 미래는 지식기반의 사회며,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혁신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가지는 ‘지식노동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미래지식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지식노동자는 과거처럼 상사의 감독 대상이 아니며, 위계질서는 수평적으로 변화한다. 이와 관련해 드러커는 특히 리더십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 산업사회는 위계질서에 따른 명령이나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했으나, 미래에는 인간관계의 돈독한 유대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경영진과 노동자의 만남 등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있는데 이는 드러커의 영향이 크다.

이에 대해 한국 피터드러커소사이어티 사무총장 경희대 경영학과 장영철 교수는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현대 경영학은 종래 고전 경영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견해를 보여줬다”며 그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사회생태학자가 바라본 시민사회

드러커가 경영학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니다. 장 교수는 “드러커는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라고 부르며 현대사회의 다양한 면모와 미래의 변화상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러커의 저작 중 절반 이상이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과 그 전망을 다루고 있다.

사회를 다룸에 앞서 드러커는 현대 ‘기업’과 ‘국갗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탄생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소외, 환경문제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낳게 됐다. 국가는 이러한 것을 일정부분 통제, 완화하는 데 일부 역할을 담당했지만 관료제가 갖는 한계 때문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드러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3의 공간’인 시민사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민간단체 NPO(Non Profit Organization)를 기반으로 둔 시민사회가 미래사회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미래 지식노동자가 기업에서 제1의 인생을 보냈다면 은퇴한 뒤에는 시민사회에서 제2의 인생을 찾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NPO가 기업이나 국가만큼 든든한 기반을 갖출 수 있을까. 드러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다시 지식노동자의 문제를 제기한다. 드러커에 따르면 미래 사회의 노동자는 끊임없이 자기개발에 대한 압박과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많은 괴로움을 겪는다. 때문에 이들은 현실 노동에서 벗어나 사회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려 하는데, 드러커는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시민봉사활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드러커의 이론에 대해 정 교수는 “노동자 상당수가 자원봉사활동을 한다는 미국이나 아름다운 가게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볼 때, 드러커의 예측에 탄복하게 된다”고 드러커의 시시민사회에 대한 ‘예언’ 역시 적중했음을 밝혔다.

인간에 대한 관심

앞서 살펴봤듯이 드러커는 경영부터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업적은 모두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새로운 경영학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당시 이윤추구만을 최고로 여겼던 경영학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시민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 역시 기본적으로 변화하는 사회 속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경영학을‘인간을 잘 살도록 만드는 학문’이라 정의하며 경영의 목표는 ‘이윤’이 아니라 ‘인간’에 있음을 역설했던 피터 드러커. 인간에 대한 관심을 부르짖었던 그의 모습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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