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근거로 처벌을 가한 것은 문제

▲ 기획취재부 김아람 부장
지난 3일, 고려대 어윤대 총장이 우리대학교에서 강연을 해 학내외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경쟁 관계에 있는 대학교 총장의 강연이라는 자체로도 관심을 가지기 충분했지만 이번 강연은 고려대의 ‘학생 출교사태’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 쪽에서는 강연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출교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강연자를 비판하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었다.


고려대는 지난 4월 교수를 ‘감금’시켰다는 이유로 무려 7명의 학생들을 출교시켰다. 처벌수위 중 가장 높다는 출교는 징계 학생의 재입학을 불허하며 이들의 재학 기록까지 완전히 삭제하는 중징계다. 출교당한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러한 결정에 반발하며 본관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감금’에 ‘출교’에 ‘삭발’까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연출될 분위기는 아닌듯하다.


사상 초유의 이번 출교 징계를 결정하기까지 고려대 측은 ‘제살을 깎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교수를 19시간이나 감금시켜놓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가슴아픈 결정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감금’이라는 것에서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이번 징계에 대한 논란이 이렇게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두어서 신체의 자유를 속박한다’는 뜻을 가진 감금이란 용어로 연일 학생들의 행위가 보도되면서 이들은 스승도 몰라보는 패륜아로 여겨졌다. 물론 1백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그저 앞만 가로막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압박이 될 수 있었겠지만 학생들이 요구안만 전달하려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볼 때 그들이 ‘감금’을 목적으로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징계를 결정한 데는 단지 보건대 사건과 관련한 교수 감금만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닌 ‘의도적 퇴출’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의혹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것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퇴출 명령을 받고야 말았다. 학칙에는 출교당한 학생에 대한 규칙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이 다시 학교의 품으로 돌아오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과연 학교 측이 그들의 대학생활에 대한 모든 기회를 박탈해버릴만큼의 중징계를 내릴 이유가 있었을까. 어느 정도의 여지는 남겨둘 필요가 있지는 않았을까. 학교 측이 주장하는 감금 자체에 대한 논란뿐만 아니라 실제로 출교당한 학생들의 대다수는 이날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이렇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을 결정적인 이유로 들며 학생들을 반성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버린 점이 아쉽다. 사제간끼리 서로를 막고 내쫓는 상황에서 꽃이 만발하고 푸른 봄의 캠퍼스는 그 아름다운 경치에도 불구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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