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언제나 인간에게 존재했지만 바빠지고 개인화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욱 우리 가슴 깊이 느껴지는 단어다. '나홀로족'이라고도 불리는 사람들. 이들의 자취를 밟으며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의 자취를 찾아봤다.
수업시간에 기자는 학교를 떠났던 동기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재수를 하기위해 학교를 휴학했었다. 그러나 재수를 실패하고 복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홀로족’이 된 친구였다. 어떻게 지내냐는 기자의 말에 그는 “수업은 보통 혼자 듣지만 많은 학생들도 혼자 듣는 경우가 많아 그다지 소외감을 느끼진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식사를 할 때는 조금 민망해서 가끔씩은 그냥 굶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에는 나홀로족, 내지는 코쿤족(cocoon, 외부 세상으로부터 도피하여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에 머물려는 칩거증후군의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2000년대 초에는 단순히 영어단어 싱글(single)의 단순한 우리말 번역이었다. 그러나 약 2~3년전부터 이 단어는 일정한 공동체 조직에 속하기보다는 개인의 영역 안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 됐다. 함께하면 즐거운 식사나 취미생활과 같은 일들도 혼자서 해결하는 사람들.

▲ 나홀로족,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자연스레 다가온 단어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신촌 거리를 걸었다. 상당수의 음식점이나 커피점도 식사를 하고 혼자서 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맞춰가고 있었다. 창천교회 주변에 있는 커피점 할리스(Hollys)의 경우에는 이용하는 학생들 중 약 20~30% 정도는 혼자서 책을 보거나 쉬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매니저 장기수씨(28)는 “혼자 찾는 고객을 겨냥해 지난 2004년 여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창문을 활용한 1인용 롱테이블이나 2인이 앉을 테이블을 꽤 많이 배치했다”고 밝혔다. 또 얼마 전에 생긴 건너편 스타벅스 역시도 상당수의 1~2인용 테이블을 놓았다. 또한 최근 신촌 주변에 지어진 많은 음식점들은 4인용 식탁은 줄이고 2인 이하를 위한 식탁들을 늘리고 있다. 혼자 오거나 두 명이 함께 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테이블을 정비, 운영에 효율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관 아트레온에 도착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혼자 영화를 본 뒤에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도우미를 하는 이은지양(20)은 “혼자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으며 꾸준히 혼자 영화를 보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영화를 혼자 보고 나오던 한 관객은 “혼자 보는 게 영화에 몰입이 더 잘되고 마음도 편해 자주 혼자서 영화를 보곤 한다”면서도 “하지만 혼자 가는 것에 대한 시선이 부담되고 외로운 것도 사실”이라는 얘기를 털어 놓았다. 이런 나홀로족의 모습은 과연 남들만의 일일까? 기자는 상담센터로 향했다

나홀로족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다.

처음 새내기 땐 그저 반에서 하는 대로 따라 다녔고 동아리도 들며 학교생활을 즐겼다. 그러다가 2학기 이후엔 새로운 만남이 어려워 친한 친구 몇 명과만 다녔다. 2학년이 되자 친구들끼리도 과가 갈리고 서로 다른 생활을 하게 됐다. 물론 나 또한 과에서 새롭게 적응을 하려고 애쓰지만 왠지 낯설기만 하다. 이성 친구를 사귀기도 해봤지만 그다지 통하지 않아 몇 달 만에 헤어졌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 가끔씩 만나면 반갑지만 자주 보기 어렵고 생활이 달라 일상의 소소한 얘기를 나누기는 힘들다. 3학년이 되자 대인관계에 관해 포기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게 된다. 마음은 편하면서도 한편으론 외롭다. 
                                                                                -상담을 받은 한 학생의 사례

위의 글은 우리대학교 상담센터에 대인문제로 상담하는 학생들의 일반적인 사례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대학생들의 오래된 문제지만 특히 학부제가 실시되면서 학생들이 반이나 학과에 대해 소속감이 떨어진 후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조영아 전임상담원은 “인터넷 중독이나 다른 일로 상담하러 오는 경우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지닌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의 개인화와 이에 따른 외로움은 많은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지닌 고민임을 얘기했다. 그녀는 “핸드폰 등이 사용되고 연락의 기회는 늘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역설적인 상황도 덧붙였다.

▲ 의사소통의 부재. 우리 일상의 모습이기도 하다./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다양하지만 단편적인 만남 속에서 외로움은 커진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만남의 기회는 늘어났다. 또한 핸드폰이나 메신저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빠른 연락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업무적이고 단편적인 만남은 증가했음에도 그만큼 개인적으로 만나 얼굴을 맞대고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오히려 줄었다. 포탈사이트 캠퍼스라이프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대인관계의 유지방법으로 ‘직접 만나기(14.75%)’를 선택하기 보다는 ‘휴대폰 문자 및 통화(60.22%)’나 ‘미니홈피 및 블로그’(14.55%)와 같이 간접적인 접촉을 통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만큼 인스턴트 같은 만남에 의존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를 자주 겪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외로움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청년기 갈등과 자기이해’를 가르치는 김지연 강사는 “사람들과 깊은 유대나 신뢰가 이뤄진 상태가 아닌 그저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모인 상태에서 오히려 고독의 감정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학기나 대동제, 연고제와 같이 모임들의 친목을 다지는 자리도 단편적인 경우가 많기에 개인의 외로움을 해소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학생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나홀로족’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반학생회에서 활동하는 김영필군(국문·05)은 “5월 정도만 되면 반에서 활동하는 학우들은 절반도 되지 않고 다른 곳에도 적응을 못해 표류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갈수록 일이나 미래에 대한 조급함으로 대인관계에 소홀해지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아 상담원은 “자신만의 틀 속에서 외로움을 겪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후가 더욱 걱정된다”는 얘기를 잊지 않았다. ‘나홀로족’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학생들. 늘어나는 단편적인 만남과 갈수록 커지는 외로움. 이는 우리의 뒤편에 길게 늘여진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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