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김은지 부기자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눈을 감았어. 널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작년 어느 날, 평소처럼 학교 정문을 들어서며 사람들이 한 부씩 집어 드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시 학교에 입학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를 내 손으로 한번쯤은 만들어보고 싶다고’ 이런 내 마음을 들킨 걸까 전 학년을 모집한다던 연세춘추 96기 수습기자 모집 광고. 그렇게 너는 내게 손을 내밀었어.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안고 몇 가지 시험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난 너와 손을 잡을 수 있었지. 

/사진 유재동 기자 woodvil@

그 이후로 너는 내 모든 걸 가져갔어. 눈을 떴을 때, 배가 고파 식당에다 밥을 시킬 때조차도 생각난 너. 날 반가이 맞아주던 친구들의 문자대신 취재 소식으로 빼곡히 찬 내 휴대폰. 허겁지겁 바쁜 일상에 머리를 질끈 묶어 매고 드나들었던 우리집 같은 편집국.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학술부 사람들과 동기들. 밤잠을 설쳐대며 기사를 쓰다가 차가 끊겨 울상이 되는 내 표정. 가끔 기자라는 호칭으로 불릴 때면 발개진 내 두 볼. 그렇게 넌 어느새 나의 일상이 돼 버렸어. 

하지만 난 항상 너를 바라보며 웃을 수 만은 없었어.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현하는 일이 힘들었던, 수줍음이 많은 내게 넌 많은 어려움을 안겨줬거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곤욕스러운 적도 있었고, 기사를 쓰다가 이런 저런 열등감이 생겨 더욱 더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했지. 그리고 네가 혹독한 ‘훈련’이 되어 날 찾을 때마다 나는 어디론가 숨고 싶었고, 아무 준비 못한 내게 들려오는 비판과 채찍질은 내 눈에 몇 번씩이나 눈물을 그렁그렁 맺히게 했어.
     
하지만 너의 매력은 날 어쩔 수 없이 만들어. 2006년 졸업반 4학년이 된 내가 취업의 압박으로 슬프거나 우울할 때 눈치 없이 네가 기사거리로 방해하긴 하지만 난 너를 한번도 원망해 본 적은 없어. 가끔씩 몸이 지쳐 너와 이별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날이 오긴 하지만, 네가 처음 같지 않고 변했다고 실망하곤 하지만, 내가 바래왔던 어떤 그림과 달라져 자꾸 흔들리게 되지만, 너와 함께 한 날들은 어쩔 수 없이 널 좋아하게 만들어.

이제 와서 다시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난 너의 그 모습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 내가 원했던 건 훗날 이력서에 채울 너의 네 글자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너 자신이었어. 다가오는 5월 한달 동안 임하는 교육실습으로 인해 너와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나는 오늘 다시 깨달았어. 너에게서 나는 또 다른 걸 찾으려 했지만 너는 내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춘추야, 실습을 무사히 끝내고 돌아와서 내가 다시 너를 바라봤을 때 처음 본 그 날처럼 나를 위해 여전히 미소지어 줄거지?

비록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읽어줘. 널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뛰어 다닌 나의 스물 두살, 네가 내 품에 있는 한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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