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0호 사설

인터넷 가입자의 신상정보가 또 대량 유출됐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천2백40만 명의 62%에 이르는 771만 건의 개인 신상정보가 1인당 1원도 안 되는 가격에 불법 유통됐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내 인기 온라인 게임에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가입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었던 적이 있고, 은행에서도 수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련한 정보들이 여러 경로를 통하여 불법적으로 유출되는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사생활에 대한 침해가 심각한 요즈음 국민 개개인에게 적지 않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인터넷으로 쇼핑은 물론 금융거래까지 할 수 있는 시대에 인터넷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이 망라된 신상정보가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하여 우리는 업무상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의 자세는 물론이고 관련 당국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개인에 관한 정보는 인간의 권리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가치의 중요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에의 가입 시부터 필요도 없는 세세한 항목에 대한 개인정보까지 입력을 요구하는 기업의 타성적 관행이 주민등록번호 중심의 행정 시스템과 맞물려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기업과 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보유출이 주는 여러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달 부정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다가 적발될 경우의 그 처벌수위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은 늦은 감은 있으나 적절한 대처 중의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이번 사건과 같이 인터넷 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된 경우 그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져야 할 초고속 인터넷 업체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는 것은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유출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들의 대리점 탓만 하는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의 후안무치한 태도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인터넷 업체에 대하여 개인정보 불법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근거 규정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고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일본과 같이 유출건수 만큼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것으로 보인다.개인정보에 대한 침해가 도를 넘어선 현실에서 국민 개개인을 그들에 관한 정보유출의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 위해서는 관련 당국이 해당 기업들에 대하여 고객에 대한 정보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행정적 지도와 감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과 동시에 수사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도 필요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인터넷 가입자의 확보에만 열을 올리지 않고 그들의 정보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해당 기업들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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