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리양(문헌정보·04)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바쁘다. 이제 대학생은 과거와는 달리 저학년 때는 놀고, 고학년 때부터는 정신차리고 공부하는 그런 풍토는 옛말이 돼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중앙도서관은 평일이나 주말에도 빽빽하게 공부하는 인원들로 가득차서 포화상태를 이루었고, ‘연세대정보공유’에 가면 1학년 때부터 고시를 준비하거나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계획들로 질문을 올리는 학생들의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바야흐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무한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대학생들은 남들보다 더욱 앞서나가기 위해 모든 것에 ‘만능’이 돼야 하는 슈퍼루키로서의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잠깐 여기서 요즘에 대학생들이 트렌드로서 하고 있는 활동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기본적으로 학점관리와 외국어 공부는 당연히 갖춰져야 할 기본이 되었다. 그에 더불어 남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기르기 위하여 외부활동을 통한 경력쌓기도 유행하고 있다. 기업쪽에서도 이런 대학생들의 니즈(needs)와 기업자체 홍보효과, 트렌트를 읽고 다양한 활동을 우후죽순처럼 개최하고 있다. 각종 기업 마케터 및 모니터 활동, 대학생 명예기자, 공모전, 동아리, 봉사활동, 해외탐방 프로그램 등 너무나 많은 활동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고, 실제로 그러한 활동들에 대한 대학생들의 참여도도 상당한 편이다.

나 역시도 1학년 때부터 각종 기업의 모니터 및 마케터, 봉사활동, 동아리, 해외탐방 프로그램, 대학생 명예기자 등에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여 일찍부터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런 면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학교의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이 전공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으며, 사람과의 관계와 행사 등을 진행ㆍ기획하는 방법 등 다양한 경험을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점점 요즘에 와서 드는 생각은 ‘기본적’인 것에 관한 고민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경력이 화려한 학생들도 많이 만나보았지만, 각종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워낙 많은 지금, 더 이상 그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아니다.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면서 쌓이는 거시적ㆍ미시적 안목과 능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그렇잖아도 바쁜 대학생에게 외부활동의 치중으로 자신도 모르게 기본적인 것을 놓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학생이 갖춰야 기본적 목적인 학과공부에 충실하고, 어학공부는 지속적으로 하며, 총체적 사고를 기르기 위한 폭넓은 독서활동, 순수학문에 대한 토론과 공부가 요구되는 학회활동 등의 영역에서 열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내공을 기르는 한 방법인 것이다. 다른 외부활동에 치여 시험을 위한 학과공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순수학문에 대해 고민하는 학회활동보다는 부자, 취업만을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은 아닌지, 자기계발도서 읽기에만 치중하여 철학ㆍ고전문학 읽기를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세상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 ‘대학생’이다. 다양한 외부활동을 통해 경험과 추억을 쌓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학생으로서 본인 자신의 내적 수양을 기르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도 그만큼이나 소중히 여기고 시도를 해보는 것도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고유 권한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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