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장 최기영

우리나라 방송콘텐츠를 예로 들면 제작비용은 헐리웃의 그것에 비해 1/6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의 판매가는 헐리웃 콘텐츠보다 20~30%가량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콘텐츠 거래의 호조에 더해 한국문화산업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기는 한국 기업 및 국가 이미지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파생효과는 측정조차 되지 않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류는 한국정부나 업계의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문화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베트남과 중국의 경우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논리를 받아들이기 위한 정서적인 공백을 메우고 자국의 문화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한국문화를 선택했으며 일본은 오랜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중장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향수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한류는 각국마다 선호하는 드라마 장르가 다르고 인기 연예인이 다른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문화산업은 인구 1억 이상이 되고 국민소득도 1인당 연간 1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소비인프라가 형성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구 4천만을 겨우 넘은 나라에서 문화산업이 활성화 되었다. 이 말은 국내 내수에 의존한 문화산업콘텐츠 개발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 해외의 한류붐이 가라앉는다면 한국문화산업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말과 다름없다.

한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깊은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우선 수용국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것. 그리고 국지적이지만 헐리웃과 일본문화산업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춘 3세계의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그만큼 취약하고 위험요소도 많은 것이 사실이며 헐리웃과 일류(日流)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태생적 차별화에서 기인한 이러한 한계를 벗기 위해서는 ‘아시아문화 브랜드’로의 한류의 역할을 확대 부여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아시아 지역에서는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문화적인 보편화를 이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고유의 문화콘텐츠가 아닌 국가 간 문화산업 공동투자, 개발, 제작을 유도해내야 한다.

또한 지난해 4만 여명의 문화산업종사자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화관광부의 보고가 있었다.  우수 인력들이 이 분야로 몰려 창작과 제작환경 개선에 더해 체계적인 시장분석과 마케팅, 투자유치, 제작관리시스템을 갖출 때 한류는 아시아문화브랜드의 주류로서 손색이 없는 역량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한류의 가장 큰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 민족의 역동성이다. 지금도 우리는 구시대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청산, 개혁에 대한 갈망과 고민 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을 비롯한 우리 젊은이들의 역동성은 세계인의 동경의 대상이다. 이들의 열정과 창의성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한국문화산업에 또 다시 투영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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