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청(聽)’.

귀(耳)와 음(音)을 나타내는 정(壬)과 덕(德)으로 이루어진 형성자로, ‘소리가 잘 들리도록 귀를 기울여 듣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 13일, ‘청(聽)’이 다른 뜻을 담고 있는 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법한 공청회(公聽會)에 다녀왔다.
지난 2월 우리대학교와 인천시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송도프로젝트에 관한 논의가 막 달아오를 무렵 가졌던 연세춘추 좌담회를 통해 나는 학내 여러 집단 대표들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로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동안 학내 집단 대표들은 어떤 문제들을 가지고 고민해 왔는지, 학생과 교·직원들은 어떤 시선으로 송도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고 이 모든 사안들이 공개석상에서 자유롭게 논의될 것이라는 사실은 공청회에 대한 내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았다.

단상위에 올라선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대표, 신촌캠과 원주캠 직원노조 대표, 학부대학장 등의 패널은 원론적 사안에 대한 대립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의사수렴과정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자리가 없었다는 점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가진 위험성을 경계했으며  특히 송도프로젝트의 진행이전에 원주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한목소리를 높였다. 더군다나 방청객들의 발언시간에는 재학생 뿐 아니라 졸업생·대학원생부터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과 함께 바람직한 방향등을 건의하는 등 근래에 보기 드문 열의를 보여줬다.

하지만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학내구성원들의 발언 뒤에 이어진 학교 측 대표 건설추진단 건설기획본부장 서승환 교수(상경대·도시경제학)의 답변은 모호하고 무성의하기 그지없었다. 원주캠의 발전방향에 대해 여러 패널달과 방청객이 “이대로 둘 것이라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고 까지 말하며 학교 측 답변을 요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들을 밝히겠고, 오늘 논의된 부분들은 추후에 의견수렴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자”는 서 교수의 마지막 발언이 이어졌다.
공청회는 중요사안을 심의하기 ‘이전엷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귀를 기울여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학교 측은 이번 공청회를, 송도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 부족한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의견들을 모으는 자리가 아닌, 송도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만들어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귀를 기울이면 마음으로 전하는 소리까지 들리는 법. 1백50여명의 방청객과 패널들이 ‘마음을 열었기엷 더욱 아쉬웠던 자리를 떠나며 다음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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