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백은하 기자를 만나다

▲ /사진 신나리 기자 journari@

드라마 『아일랜드』의 인정옥 작가는 말했다. “『씨네21』의 어른 기자 백은하는 취재 대상을 분석하려들지 않고 좋아해버리는 아이 같은 기자”라고. 그 후 배우 박해일에 대해 “누군가가 그의 생김새에 대해 물어온다면 약간 난감해진다…디테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라고 쓴 백 기자의 글을 봤다. 그순간 어린시절 엄마의 얼굴을 그리려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제야 인 작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백은하, 이 사람 정말 아이구나. 아, 그녀가 궁금하다.

 

 

 

 

 

인터뷰의 귀재를 인터뷰하다

온세상 가득한 꽃내음으로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두근대는 봄날, 인터뷰의 귀재를 인터뷰한다는 부담감에 두 배로 두근대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씨네21』의 기자 백은하를 만났다.
한수 배워가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비결이랄 것도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인터뷰 대상에 대해 다양하게 연상해보고, 독자가 공감하기 쉬운 표현을 쓰려고 애쓰고 있어요”하고 수줍게 웃는다. “‘악의에 가득 찬 남자였다’보다는 ‘가가멜같은 남자였다’라는 표현이 더 빨리 와닿는 것처럼 쉽게 공감되는 글을 좋아해요.” 그러나 쉽게 읽히는 그녀의 글이 쉽게 쓰였다고 짐작하기는 힘들다.
최민식을 ‘눈물을 품은 화염방사기’로, 장동건을 ‘베스트셀러인지는 알았지만 스테디셀러까지는 짐작하지 못했던 어떤 추리소설’이라고 표현한 구절들은 오랜 시간 고민했을 흔적이 역력하다. 기대고 싶은 푸르름을 지닌 배우 이나영을 ‘나무 같다’라고 쓴 기사는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보다는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나무 같은 배우가 되어주길 바라는 백 기자의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의 인터뷰 기사에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해낸 배우들의 매력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배우들이 면면히 살아 숨쉰다.

C네마 + C티 = 『안녕 뉴욕』

백 기자는 『씨네21』 기자로 일하던 중 지난 2004년 9월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9.11 테러를 본 순간, 이기적이지만 나 역시 저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3년 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더 넓은 세계와 더 많은 사람들을, 더 많은 체험을 안겨주고자 뉴욕으로 떠났죠.” 당시 『씨네21』 ‘뉴욕통신원’이라는 직함을 달고는 있었지만, 그녀는 뉴욕의 한 네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피부 노란 검은머리 동양 여자애’로 살았다. 그리고 영화라는 길벗과 함께 4백8일 동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행했다. “동경하는 대상에 관한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순례라는 생각을 갖고 영화에 나온 곳이면 어디든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찾아다녔어요. 그리고 그 흔적들을 모아 『안녕 뉴욕』에 고스란히 담았죠” 그녀가 뉴욕이란 도시 속 영화 촬영지에 발자국을 찍으며 느낀 행복과 진중한 사색들이 담긴 『안녕 뉴욕』은 독자들에게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한 가지 방식을 알려줄 것이다.

▲ /사진 신나리 기자 journari@

  마음이 이끄는 곳에 행복이 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말하는 백 기자는 ‘평생 동안 즐겨온 영화랑 TV 보기, 그리고 글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쿵짝쿵짝 재미있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 『씨네21』이었어요”라며 행복한 듯 웃는 그녀를 부러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쉽지만 어려운 방도를 내놓는다. “우선 자기 마음이 내는 소리를 잘 들어야 해요. 저는 TV보고 영화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게 부끄럽다고 다른 걸 추구하려고 하면 안 되요. 마음이 원하는 것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요.”
이제 백 기자는 영화보다 더 좋아한다는 TV에 대한 글을 쓰려 한다. “요즘은 TV를 하위문화처럼 여기는 풍조가 있는데 당당히 TV를 즐기게 하고싶어 TV 전문 매거진을 계획하고 있어요” 방송관련 학위가 있는 사람보다 드라마에서 배우가 어떤 목소리로 연기했는가까지 기억하는 자신이 더 나은 역량을 가졌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새로 탄생할 TV 전문지 『매거진 T』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백은하 기자가 남다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고 그 내면의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녀의 방향이 영화에서 TV로 옮겨갔듯 또다시 다른 쪽을 향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 역시 그녀는 행복하게 그 길을 좇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 그녀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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