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빌딩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빌딩의 옆면은 움푹 파였다는 점이다. 또 파인 속은 마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블록의 한 조각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인다. 장난감 같은 빌딩. 하지만 이것은 빌딩과 같은 색상의 포스터를 벽면에 붙여놓은 것이다. 한 예술가의 창의력 넘치는 작품으로 생각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실 장난감회사 ‘레고’의 옥외광고다.

시대를 알 수 있는 창조적인 매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광고다. 자본주의 사회의 중심에 위치한 광고. 원래 광고는 마케팅 활동의 일부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광고는 마케팅의 역할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희진 교수(사회대 PR광고)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시대에 광고인들이 그 시대 문화를 이해하는 건 필수적”이라며 광고가 시대의 문화를 잘 반영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소비자들 또한 광고를 보며 다시금 그 시대 문화를 이해하기에 광고의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최근의 웰빙붐은 식품, 음료수 광고뿐 아니라 침대, 아파트 광고에까지 나타났으며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웰빙을 더욱 의식하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지금도 불고 있는 메트로섹슈얼 경향, 연상연하 커플붐, 동안 열풍 역시 광고에 의해 다시금 사회로 파급되고 있다.
물론 정보의 홍수시대에 평범한 광고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크리에이티브(Creative), 즉 뚜렷한 메시지 내용과 독특한 시각효과가 중요해졌다. 또한 일반인들이 보기엔 마치 예술작품 같은 광고들이 많이 등장하게 됐다. 이에 대해 김희진 교수는 “세련되고 현명해진 현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광고에서 다양한 소구 방법(표현하려는 내용을 연출하는 방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표현의 다양화가 창조적인 광고 탄생에 기여하는 셈이다.
이런 경향을 잘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광고제다. 지난 2005년에 열린 칸 국제광고제의 특징은 갈수록 강렬해지는 ‘비주얼(Visual)’이었다. 이곳에 출품된 광고들은 단순한 설명보다는 세련된 비주얼을 통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게시판에 붙은 전구의 밑을 지날 때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옥외광고, 아내가 외도하다 들키는 장면을 충격적인 영상처럼 표현한 플레이스테이션의 광고는 이런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비주얼을 강조하는 경향은 오는 5월 말에 열릴 ‘2006년 칸 국제광고제’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고에 주목하는 우리들

이렇게 광고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시각적인 면에서 무척이나 매력적인 세계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광고인의 세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일기획 홍보팀 김윤호 국장은 “미디어가 발달한 1990년대부터 광고업종은 각광받았다”며 “본사에서 실시하는 대표적인 공모전인 ‘대학생 광고대상’의 경우 보통 3천~4천팀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광고동아리들도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대학교 광고동아리 ‘애드쿠스’의 경우 지난 3월 신입생 모집에서 약 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네곳의 광고연합동아리(애드플래쉬,애드컬리지,애드피아,애드파워)들 역시 평균적으로 4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광고동아리들은 실제의 광고제작과 유사한 연습을 하기 때문에 광고의 세계에 뛰어들려는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애드컬리지의 홍보부장 장한별양(덕성여대, 미술사학 03)은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실제 광고 제작처럼 치열하게 광고교육, 경쟁 프리젠테이션 발표, 광고 인쇄제작 등을 한다”며 “이를 통해 동아리 회원들은 강한 유대감을 느끼며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런 광고동아리들은 매년 몇 차례씩 열리는 광고공모전에 꾸준히 참가하는 한편, 매년 11월경에는 자체적인 광고제를 열며 그 기량을 연마하고 있다. 

광고, 사회를 보는 창

광고는 분명 상업성을 띈 마케팅의 도구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지난 3월에는 가수 이효리가 등장한 식음료 광고는 ‘따먹는 재미가 있다’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카피를 사용하며 네티즌 사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최근에는 한 드라마에서 특정 상품의 로고가 반복 촬영되는 간접광고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김희진 교수는 “그럼에도 광고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라며 “광고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까지도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 이미 우리 삶의 큰 부분으로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窓)’으로 불리는 광고. 지나가다 보이는 광고를 유심히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좋은 방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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