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문제 …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 고민해야”

올해 봄, 이 나라의 대학들이 ‘등록금 열병’을 앓고 있다. 매년 환절기철마다 찾아오는 감기 정도이겠거니 예상했는데, 이번 것은 요즘 유행하는 감기처럼 질기고 자칫 독감으로 악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해결의 기미가 묘연한 등록금 갈등. 설사 이번 등록금 갈등이 무슨 수를 써서든 매듭지어진다고 한들, 내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열병이 또다시 도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누구도 하기 어렵다. 매년 온 캠퍼스를 신음하게 하는 이 열병을 잠재울 수 있는 근본적인 예방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전국교수노동조합(아래 교수노조)은 얼마 전 등록금 문제에 대한 처방으로 ‘등록금 후불제’를 내놓았다. 등록금 후불제란 국가가 모든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대납하고 대학생들이 졸업 후 연봉 2천만원 이상의 직장을 갖는 경우에 한해 10~25년에 걸쳐 갚아나가는 제도다. 호주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이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잉글랜드는 올해 10월 입학생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수노조는 등록금 후불제가 도입되면 대학생들은 학비 걱정을 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서도 4년 뒤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니 무상교육에 비해서 부담이 적다는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이들의 등록금이 제대로 환수될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상환을 거부하는 행위가 만연되지는 않을지, 이로 인해 국민의 조세부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의심스럽고 우려가 된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국가가 직접 책정하게 되므로 사학만의 특수성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등록금 후불제에 대한 논의는 다른 나라 사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현실 적용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지방선거의 표심을 의식한 ‘등록금 달래기’ 공약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몇 가지 예비공약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사립대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통한 기부 활성화 △연구비의 30%를 간접경비로 인정해 세금부담 절감 △대학의 수도․전기요금을 보다 저렴한 산업용 요금으로 부과 등의 방법으로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춰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약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고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 대학들이 거둬들이는 장학금은 한해 11조원에 달하는데, 위에서 제시한 한나라당의 방안으로는 최대 2조원 정도밖에 마련할 수 없는 것이 한나라당 자체의 분석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덧붙여 고려하고 있는 대안이 기여입학제인데,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아 현실화되기 힘든 제도이다. 또한 대학에 대한 세금 감면을 위한 조세확충은 결국 일반 국민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다만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절감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비단 교수노조나 정치권의 몫만이 아니다. 이제는 갈등의 현장에 있는 학교와 학생이 서로 머리를 맞댈 때다. 제3자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내놓아도 정작 학교와 학생이 호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는 것조차 불투명하지만, 이제는 발등의 불만 꺼놓고 보기 위한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이 열병을 진단하고 처방책을 내놓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최근 12%라는 수치 때문에 각종 언론으로부터 ‘등록금 인상의 전초기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대학교가 대화의 모범사례를 보여줌은 어떨는지, 그리하여 캠퍼스의 ‘잃어버린 4월을 되찾아줌은 어떨는지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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